이 기사는 2019년 06월 17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득권과 혁신. 한국 사회는 지금 기득권과 혁신의 싸움이 한창이다. 산업계의 대표적인 '승차공유' 문제는 지난해 대기업 카카오가 카풀 사업에 진입하면서 택시업계와의 불씨를 지핀 데 이어 올해는 그 불똥이 '타다'로 옮겨붙었다. 승차공유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기득권과 혁신계층이 주장하는 바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승차공유가 불러온 기득권과 혁신의 문제는 모빌리티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09년 출범한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리디북스'가 불러온 종이책과 전자책의 갈등이다.
출판업계는 전자책 서비스가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데 불만을 품었다. 또 전자책이 공짜로 유통돼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란 걱정도 했다. 무엇보다 장시간 지켜온 비즈니스 모델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을 지켜만 볼 수도 없었다.
배기식 리디 대표는 접근을 달리했다. 우선 출판업계와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다. 리디북스는 전자책을 제공한 출판사에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출판사가 잘하는 제작이 아닌 유통과 판매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 기성 작가들도 전자책을 출범하기 시작하면서 시장도 확대됐다. 사업 초기 소수의 출판사가 들어오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많은 업체들 전자책 출판 대열에 합류했다.
또 리디북스는 전자책 플랫폼 이용자의 편의 개선에 집중했다. 글자 폰트와 크기 조절, 태블릿 화면 밝기 조정 등 전자책을 편리하게 읽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개선했다. 전자책 이용자가 종이책을 구매하며 출판시장의 전체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물론 미디어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진 시점에서 기득권만 지켜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출판업계 인식도 한몫했다.
콘텐츠는 출판사에 맡기고 오로지 유통에서 답을 찾은 혁신기업 리디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유치에 나섰다. 이번 투자금을 기반으로 기존 출판사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리디북스는 출판산업과 경쟁이 아니라 전자책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유니콘 기업으로 촉망받는 리디가 기득권과 혁신 사이에서 해답을 제시하는 모델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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