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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업 리포트]포스코케미칼, 10조 투자 모험 없다②확정 투자액 3739억, 시장 상황 따라 전략 조정

구태우 기자공개 2019-06-28 10:01:00

[편집자주]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은 '배터리 전쟁'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SK그룹이 동박업체 KCF테크놀로지스(KCFT) 인수를 발표한 이유다.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도 고공행진이다. 더벨이 2차전지 시장의 흐름과 대그룹들의 전략, 그리고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7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음극재와 분리막을 묶음으로 만든 후 한장씩 쌓아 밀봉해 제조한다. 양극과 음극 사이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타고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구조다. 완충시 384km(기아차 니로 EV 기준) 가량 달릴 수 있다. 양극재(소재비중 30%)와 음극재(17%)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고, 전해액(16%)과 분리막(14%)은 배터리의 안정성을 좌우한다. 이들 소재는 배터리 원가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터리 소재 업체가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포스코케미칼(옛 포스코켐텍)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밝은 전망에도 신중하게 투자 전략을 짜고 있다. 무리하게 투자하기 보다 생산공장을 증설해 캐파를 늘리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시장 상황과 제품 수요를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전망을 '장밋빛'으로 내다보지만, 포스코케미칼의 투자 전략에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3739억원을 투자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합작사인 피엠씨텍은 음극재 및 전극봉의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생산한다. 투자금은 오롯이 설비 증설에 쓰일 예정이다. 2191억원을 양극재 설비 증설에 투자해, 생산량을 3만9000톤으로 끌어올린다. 현재 캐파는 1만5000톤 규모인데, 연간 생산량을 160% 확대한다. 양극재 생산거점은 경북 구미와 전남 광양 2곳으로 나뉘어진다.

음극재 생산설비 증설도 추진 중이다. 총 투자액은 1598억원으로 지난 1분기 기준 25.5% 증설이 진행됐다. 세종시 전의산업단지에 위치한 음극재 생산공장은 현재 5만톤의 음극재를 생산한다. 증설을 마치면 캐파는 7만4000톤(증감률 48%)으로 늘어난다.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합작사인 피엠씨텍은 설비 증설을 검토 중으로 결정된 게 현재까지 없다.

이번 증설을 마치면 60KW 배터리 기준 전기차 32만5000대(현행 12만5000대)에 양극재를 공급할 수 있다. 음극재는 123만3333대에 납품할 수 있다. 현재 납품 가능 규모는 83만대다. 전기차 배터리 한대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는 각각 120kg, 60kg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이번 투자는 수요 대응의 일환이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방산업인 완제품 전지와 소재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캐파를 늘리고 있다. LG화학과 CATL 등은 2022년까지 캐파를 3~4배 가량 늘린다. 2차전지 필수 소재업체의 수요도 함께 커졌다. 지난해 기준 양극재 시장 규모는 91억 달러(한화 10조5259억원)였는데, 2025년 296억 달러(34조2383억원)로 3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양극재 생산업체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증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샨샨(Shan Shan)은 98%를, 일본의 SMM은 160%를 증설하고 있다. 음극재 시장규모도 4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 소재부문에 대한 투자 전략은 첫째도 둘째도 시장 상황이다. 무리하게 투자해 손실을 입기보다 시장 상황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중함을 기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 개발을 확정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2차전지 시장 흐름은 천연흑연에서 인조흑연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음극재 재료인 인조흑연은 천연흑연과 비교해 배터리 출력이 높고 수명이 길다. 최근 인조흑연의 점유율이 천연흑연을 앞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자회사인 피엠씨텍을 통해 인조흑연의 원재료인 침상코크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인조흑연 개발은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현재 인조흑연 시장은 히타치화학과 일본카본이 선도하고 있다.

포스코가 올해 초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인 KCF테크놀로지스(KCFT) 인수를 포기한 것도 한 예다. KCFT는 초극방동박을 세계 최장 길이로 생산해 효율성과 생산성 면에서 세계 1위다.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SKC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전지업계는 포스코의 2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가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5년 간 수조원을 2차전지 소재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신성장 사업에 10조원을 쏟는데, 이중 대부분은 배터리 소재 부문에 쓰인다. 내달 최정우 회장 취임 1년을 맞는데, 현재까지 확정된 투자 금액은 3739억원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 사업을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육성시키지는 않았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36억원에 인수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시작했다. 포스코켐텍이 2012년부터 음극재를 생산했고, 2014년에는 합작사인 포스코ESM이 양극재를 생산했다. 2차전지의 필수 소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이유로 소재 사업에 사업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정준양 전 회장은 에너지와 자원을 신사업으로 정해, 배터리 소재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8년 만에 2차전지 소재가 포스코의 신성장동력으로 정해졌다.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 부문을 신중하게 투자하는 건 과거 신사업에서 실패한 경험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적자를 입고 사업을 중단했다. 합성천연가스 사업도 적자로 인해 지난해 중단됐다. 전임 회장 때 무리하게 신사업을 벌이다 적자를 입었기 때문에 신사업 투자에 신중함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가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국민주 기업인 점도 투자에 신중함을 기하는 이유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성장 부문에 쓰일 10조원 중 배터리 소재에 얼마나 쓸지 정해진 건 없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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