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SK네트웍스 주유소에 관심 갖는 이유는 전기차 충전소 전환 등 공간 유망성 높게 평가…재무 여력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10 08:53:4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8일 15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각가만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SK네트웍스 주유소 자산에 국내 정유 4사(△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기 힘든 주유소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와 각 사의 재무 상황도 어떤지 주목된다.최근 정유사들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정체를 느끼고 '새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모두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 신·증설에,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세우는 등 비(非)정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SK에너지는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설비 증설에 수천억원대 자금을 쏟고 있었다.
주유소 사업은 신사업과 거리가 먼 '기존 사업'으로 꼽힌다. 수익성도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사업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 1%를 겨우 넘겼다. 이에 업계는 SK네트웍스가 주유소 자산을 완전 매각하겠다고 결심할 경우에도 인수 후보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였다.
다만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LOI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예상은 빗나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의 경우 현재는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지만 '주유소'라는 거점을 이용해 뻗어 나갈 수 있는 사업이 다양하다는 점과 향후 전기차 충전 사업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라면서 "주유소라는 자산이 '자동차가 잠시 머물러 주유만 하고 가는 곳'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GS칼텍스와 함께 보유한 주유소를 '택배 거점'으로 활용해 C2C 택배 사업인 '홈픽(Homepick)' 프로젝트를 영위했던 바 있다.
인수를 위한 정유 4사들의 재무적 여력은 충분할까. 우선 인수 여력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에쓰오일이 가장 많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1조4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9376억원), SK에너지(9134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금성자산이 461억원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주유소의 '토지 자산'만 1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유 4사 모두 SK네트웍스의 주유소를 '덜컥' 인수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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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성도 딜 진행 여부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현금성자산이 가장 풍부했던 에쓰오일은 정유 4사 중에서 가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쓰오일은 별도 기준 영업이익으로 1794억원을 창출했다. 다만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934억원으로 집계돼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절반을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약 7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스팀 크래커·ODC 건설)'도 추진 중이라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자산까지 인수한다면 차입 규모가 늘어나 이자 부담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올해 상반기 각각 1825억원, 23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486억원, SK에너지는 676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GS칼텍스는 정유 4사 중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제일 많다. 총 4407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은 SK에너지와 비슷한 규모인 676억원이다.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이자비용을 대처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차입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적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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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SK에너지(170.9%)가 가장 높다. 에쓰오일(169.6%), 현대오일뱅크(137%), GS칼텍스(78.9%)가 뒤를 잇고 있다. 단기 부채에 대한 지급 능력의 척도 중 하나로 쓰이는 유동비율은 GS칼텍스가 168.2%로 가장 높고, 현대오일뱅크(79.2%)가 가장 낮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각각 127%, 103.5%를 기록하고 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값을 자본총계로 나눈 '순차입금비율'은 에쓰오일이 가장 높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100%다. 현대오일뱅크가 67.7%, SK에너지가 39.7%로 뒤를 잇고 있다. GS칼텍스는 31.2%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종합하면 현금성자산이 가장 풍부한 에쓰오일이 정유 4사 중 비교적 부채 부담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GS칼텍스는 에쓰오일 못지않게 많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재무 부담이 비교적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4사가 모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봤을 때 네 회사 모두 의지만 있다면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유치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서라도 인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네 회사 모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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