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맞손 SK-교공, 파트너십 모범 사례될까 펀드 조성후 합작 투자성과…빠른 의사결정 눈길
김혜란 기자공개 2019-10-16 12:33:0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1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조성한 공동 블라인드 펀드가 빠른 투자 의사결정을 보여주며 순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와 교직원공제회가 민간기업과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 간 해외 진출 파트너로서 모범을 보여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15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교직원공제회는 1조20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 블라인드펀드의 첫 투자처로 미국 G&P(Gathering & Processing) 업체를 낙점했다. 교직원공제회의 펀드를 운영할 GP(무한책임사원)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선정돼 SK㈜와 교직원공제회, IMM인베스트먼트 세곳이 손발을 맞추게 됐다.
이번 공동투자펀드 결성은 SK㈜와 교직원공제회가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지향점이 맞아떨어진 성과물이다. SK㈜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왔다. 교직원공제회도 경쟁이 심화된 국내 투자 환경에서 시야를 넓혀 해외 우량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데 꾸준한 관심을 둬왔다.
SK㈜는 글로벌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바이오·제약, 에너지, 소재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앞서 SK㈜가 미국 의약품 생산기업 앰팩(AMPAC)을 인수한 데 이어 중국 1위 동박제조업체 왓슨에 지분을 투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SK㈜는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셰일가스를 액화하고 운송하는 '미드스트림' 자산에 대한 투자에도 공을 들여왔다. 미드스트림 자산은 직접 자원을 채굴·생산하는 업스트림과 달리 이미 가동 중이거나 매장 여부가 확인된 유전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비교적 투자 리스크가 낮다. 유가와 가스 가격 변화와 관계없이 고정수수료 계약이 매출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넘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SK㈜는 지난해 북미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인 마르셀러스-유티카 분지의 G&P 업체 유레카(Eureka)를 비롯해 G&P 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도 SK㈜는 국민연금과 함께 모건스탠리가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해 브라조스 미드스트림에 투자했다.
특히 SK그룹은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국내 다른 대기업과 달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면 열린 자세로 공동투자를 제안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왔다. 실제로 다양한 공동 투자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맥쿼리PE와 손잡고 국내 1위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교직원공제회가 이번 SK㈜와 공동투자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SK㈜의 글로벌 투자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80만명에 육박하는 교직원 회원들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교직원공제회는 총 37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공제회다. 안정성을 중시하되 때로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과감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20조원 규모 메가딜(Mega Deal)인 도시바메모리 거래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고, ADT캡스 거래에선 지분 투자와 중순위 대출, 후순위 지분투자 등으로 총 2600억원을 베팅하는 등 M&A 시장 큰손으로 통한다.
SK㈜는 공제회 등 FI를 끌어들여 투자금 마련의 부담을 덜 수 있고, 교직원공제회 입장에선 글로벌 투자에 능통한 SK그룹과 손잡고 해외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펀드가 순항한다면 양사는 윈윈하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SK그룹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 자산에 4조원을 투자한 만큼 양질의 투자처를 발굴하는 안목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투자펀드가 순항하기 위해선 기업과 FI 양쪽 모두 글로벌 투자 의지가 강하고 거래 구조에 대한 합의를 잘 이뤄내야 하며, 빠른 의사결정력과 실행력을 갖추는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SK그룹과 교직원공제회가 펀드 결성을 위해 손을 잡은 뒤 빠른 투자의사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연이어 투자 결실을 시장에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로 조성된 국민연금의 코퍼레이트 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가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SK㈜와 교직원공제회가 파트너십의 좋은 사례로 남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코파펀드 역시 국민연금이 FI로 나서고 투자 대상 발굴이나, 투자 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는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로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였다.
롯데와 CJ, 포스코, GS, KT&G 등 다수의 대기업이 국민연금과 코파펀드를 조성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CJ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조성한 코파펀드가 약정액 대부분을 소진하는 성과를 냈을 뿐, 다른 펀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자 구조가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어 대기업들이 선뜻 코파펀드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를 맛본 국민연금은 또다시 현대백화점그룹, SK그룹과 손잡고 각각 6000억원, 8000억원 규모의 코파펀드 조성 계획을 세우고 이들 기업, FI들과 수개월째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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