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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 인수 유니슨, 어떻게 승기 잡았나 제2 도약 청사진 제시…성장 스토리에 매료

김혜란 기자공개 2019-10-29 14:08:2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8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과용 3차원(3D) 스캐너 업체 메디트는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일 정도로 M&A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메디트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벤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를 어떻게 세계적인 회사로 키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매각 측에 제시하면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PEF 운용사들을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메디트가 유니슨캐피탈을 최대주주로 맞아 앞으로 어떤 성장 궤도를 그려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28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메디트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메디트 지분 50%+1주를 유니슨캐피탈에 넘기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마쳤다. 메디트의 나머지 지분은 창업자이자 현재 대표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장진호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형제 등이 보유해 최대주주와 공동 경영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간다. 인수 측과 매도 측은 메디트의 기업가치를 6400억원으로 책정했고, 이에 따라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M&A는 벤처기업인 메디트가 해외 판로 개척을 도울 글로벌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손잡으면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메디트의 기존 경영진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재무적 투자자(FI)인 유니슨캐피탈은 경영효율화와 해외영업확대 등에 매진해 기업 가치를 크게 키우자는 데 양측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의 제품이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영업 강화에 나선다면 세계적인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 M&A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메디트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3D 스캐너 전문가 장민호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처음엔 산업용 3D 스캐너를 주력으로 개발하다가 2008년 치과용 의료 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메디트가 개발한 구강 스캐너 i500은 출시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확보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메디트보다 훨씬 이전부터 구강스캐너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기술적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이 분야 세계 시장에서 메디트를 포함해 4곳 정도만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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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의 주력 제품인 i500를 사용해 환자의 치아 형상을 뜨는 모습. (사진 출처=메디트 홈페이지)

메디트의 제품은 경쟁사에 비해 얇고 가벼운 데다 스캐닝도 1분 남짓이면 끝나 제품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메디트만의 기술력으로 경쟁사보다 원가를 낮춰 가성비 높은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전 세계 보급률이 10% 미만으로 아직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인 데다, 3D 스캐너가 유용하게 쓰이는 투명 교정, 임플란트 시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메디트의 성장 전망도 밝게 점쳐진다.

메디트의 창업자들은 제품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최근 몇년 간 회사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회사 측에 따르면 메디트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329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07억원에서 올해 말 예상 매출은 740억원, EBITDA 370억원으로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메디트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와 영업 전략이 필요했다. 메디트 경영진이 이번에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메디트가 매물로 등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복수의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인수 의사를 보이며 매각 측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매각 측은 우선 FI와 손잡고 회사를 더 성장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SI는 인수전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캐피탈이 몇 년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글로벌 SI가 보여준 높은 관심도는 향후 유니슨캐피탈의 성공적인 엑시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유니슨캐피탈은 지난 4월 메디트가 프리IPO를 진행할 때부터 메디트의 성장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입찰에 참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왔다. 당시엔 경영권 딜이 아니어서 투자를 포기했지만, 이번에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글로벌 PEF 운용사를 제치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유니슨캐피탈은 해외 영업 등에 나설 인력 구성까지 미리 짜 매각 측에 제시할 정도로 진지한 태도로 딜에 임해 매각 측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M&A 성사로 메디트는 해외 마케팅이나 M&A 전략 관련해서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메디트는 현재 70여 개국 국가에 i500을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 예상 기준 유럽 매출 비중은 약 40%, 미국 약 20%다. 내년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메디트가 이미 어느정도 영업 기반을 확보한 유럽과 미국 외에도 앞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판로를 개척해나가는 데 유니슨캐피탈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슨캐피탈은 서울 외에도 도쿄와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또 유니슨캐피탈은 대만 밀크티 브랜드 공차 등 투자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성과를 낸 경험이 많은 하우스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니슨캐피탈과 메디트가 의미 있는 공동 경영 사례를 만들어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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