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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수출 '허브' 미래에셋 홍콩, 역외펀드 영업 '박차' [자산운용사 해외법인 점검]③룩셈부르크 역외펀드 앞세워 36개국 공략…애널리스트 출신 CEO·CIO '주축'

김수정 기자공개 2019-11-12 08:02:41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수요가 커지는만큼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비즈니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중 15곳이 해외 현지법인을, 11곳이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운용사 해외 법인·사무소들은 가장 기초적인 리서치부터 시작해 펀드 운용·설정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해외 비즈니스 첨병인 현지법인들의 현황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은 룩셈부르크 소재 역외펀드(SICAV)를 앞세워 전세계 36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경에 구애 받지 않고 역외펀드 판매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는 한편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역내펀드 영업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애널리스트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주축이 돼 홍콩법인이 미래에셋의 펀드 수출 허브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홍콩 역내·역외펀드 총합 운용자산(AUM)은 3조원 가량으로 10년 만에 6배 가량 늘었다. 세계 주요 은행들을 두루 섭렵하는 판매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홍콩법인은 앞으로 전세계 리테일·기관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투자영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국내 운용업계 첫 해외법인, 역외펀드도 최초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Mirae Asset Global Investments (H.K))은 2003년 초기자본금 8억원이 투입돼 설립됐다. 국내 운용업계 첫 해외법인이다. 출범 이듬해 자산운용·투자자문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자산운용사는 물론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조차 해외 진출이 익숙지 않던 시기다. 그렇지만 박현주 회장은 국내 자산만 가지고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외 자산운용 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말 현재 자기자본은 1787억원으로 전체 해외법인 중 미래에셋글로벌ETF홀딩스(Mirae Asset Global ETFs Holdings Limited)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회사는 아시아퍼시픽 투자부문과 리서치부문, ETF부문, 마케팅부문, 백오피스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 직원은 67명이며 이 중 10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이다. 운용자산(위탁운용 제외)은 2조7928억원으로 집계됐다. AUM의 70%인 1조9496억원은 룩셈부르크 소재 역외펀드인 SICAV다. 나머지 8432억원은 역내펀드다.

홍콩법인은 다양한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 SICAV를 선택했다. 홍콩법인을 통해 2008년 국내 운용업계 최초로 SICAV를 설정한 뒤 꾸준히 추가로 선보였다. 현지인을 주 타깃으로 하는 사모펀드나 ETF는 역내 설정하고 전 세계 세일즈 목적의 펀드는 SICAV 형태로 설정해 운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운용중인 펀드수는 SICAV 16개, 현지 설정 펀드(ETF 포함) 22개 등 총 3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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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센터장 출신, 홍콩법인 키맨으로

홍콩법인 키를 쥔 건 홍콩 금융시장 경력 13년차의 이정호 대표다. 그는 과거 38세 나이에 옛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한국주식 스트래티지스트로 활동했다. 2000년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본부장으로 이동한 그는 소신 있고 예리한 분석으로 이름을 알린 끝에 이직 5년 만에 리서치센터장 직함을 달았다.

이 대표는 2007년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에 신설된 아시아퍼시픽리서치센터의 헤드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되면서 홍콩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글로벌투자관리본부장으로 이동했고 이듬해 CEO로 승진했다. 시장을 꿰뚫는 전략으로 해외자산 분석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총괄대표에 선임됐다.

AP리서치센터장 자리는 이필상 이사가 이어 받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아시아 투자 전문가로 특히 중국 산업과 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다만 1년여 만인 2007년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으로 이동했고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한 건 2010년이다. 2015년부터는 이 대표의 뒤를 이어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설정된 해외주식 펀드 위탁운용에도 책임운용역으로 참여한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1호'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증권모투자신탁'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2호' 등 중국 주식 펀드의 위탁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전반적인 펀드 운용 전략은 라훌 차다(Rahul Chadha) CIO의 소관이다. 그는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매니저를 두루 거치면서 투자 경험을 쌓은 인물로 미래에셋의 글로벌 투자철학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 인도 델리대학교(University of Delhi)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99년 던디뮤추얼펀드(Dundee Mutual Funds)에 인도주식 애널리스트로 입사하면서 금융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3~2006년 인도 대형 생명보험사인 아비바생명보험(Aviva Life Insurance)과 스탠다드차타드뮤추얼펀드(Standard Chartered Mutual Funds)에서 선임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200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 애널리스트로 합류했다. 인도 펀드 포트폴리오매니저를 거쳐 2010년부터 아시아태평양 펀드 운용을 도맡았다.

◇국경 없는 판매 네트워크 구축…장기적 관점으로 지속 투자

홍콩법인은 역내펀드부터 SICAV, ETF까지 보폭을 넓히면서 운용규모를 키웠다. 처음 AUM 증가 속도는 더뎠지만 인지도가 누적되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AUM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역내펀드와 SICAV 합산 운용자산은 설립 10년 만인 2013년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2017년엔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특히 세계 각국으로 판매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SICAV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홍콩법인 SICAV 펀드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비롯해 전세계 36개국 금융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 씨티(Citi), HSBC, 줄리어스 베어(Julius Baer), 스위스연방은행(UBS), BNP파리바(BNP Paribas) 등이 주요 판매사다.

SICAV 중 운용규모가 가장 큰 건 '미래에셋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펀드'(Mirae Asset Asia Great Consumer Equity Fund)다. 2011년 설정된 이 펀드는 아시아 소비 관련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지난달 말 기준 설정액은 5900억원, 누적 수익률은 79%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아시아섹터리더펀드'(Mirae Asset Asia Sector Leader Equity Fund)도 설정액이 3500억원으로 큰 편이다. 아시아 업종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2012년 설정 이래 누적 79% 수익을 냈다.

ETF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만 성장 여지가 큰 분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국내업계 최초로 코스피200 ETF를 상장했다. 이후 항셍지수(HSI), 홍콩H지수(HSCEI) 등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 등으로 라인업을 다각화했다. 올 들어선 홍콩 첫 클라우드컴퓨팅 섹터 ETF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ETF 총 11개를 운용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선 여전히 부침이 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억원 대비 25%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도 전년 대비로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홍콩법인은 당장의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운용 역량과 조직력이 갖춰진 만큼 향후 리테일 고객과 기관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면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판매사를 폭넓게 확보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투자 영역도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다. 홍콩법인은 2012년 자회사 맵스캐피탈매니지먼트(MAPS Capital Manaement)를 설립한 뒤 대체투자와 헤지펀드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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