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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하나은행의 베트남 공략법 '인프라딜'⑥GTTN 제도 도입, 환헤지시장 선점 포석…BIDV 제휴, 베트남 개발금융 눈독

하노이·호치민(베트남)=진현우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19-11-25 09:21:28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랜드마크72' 빌딩 길 건너편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고층빌딩 철골이 있다. 언뜻 보기에도 공사가 중단된 지 수년은 돼 보였다. 시공사가 부도를 내 방치돼 있었다. 콘크리트를 양생한 뒤 마감을 하지 않고 비바람에 노출된 탓에 재건축하려면 철거부터 해야 한다.

베트남 시내를 둘러보면 이런 광경은 부지기수다. 시행사·시공사가 분양금을 가로채 도망치는 일도 잦다. 하지만 베트남은 부동산 수요가 한창 일고 있어 한편에선 ‘투자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도 분주하다. 한인타운이 조성된 하노이 미딩을 걷다보면 상가 건물 통째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광고하는 가게들로 즐비하다.

KEB하나은행은 2년 전부터 급변하는 베트남 시장에 주목, 부동산·인프라 금융을 현지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22년간 한국계 기업들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쳐 영업력 강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앞으론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금융(IB)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겠다는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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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하노이점이 입주한 대하비즈니스센터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베트남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궈내면서 세계은행의 유·무상 원조금융(EDCF·ODA) 대상국에서 제외될 예정"이라며 "민간협력투자사업(PPP·Private Public Partnership)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도 유·무상원조로 자금을 조달해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를 구축했다. 무상원조를 받기 위해선 국가 부채가 일정 비율을 넘어선 안 된다. 현재 베트남은 부채가 50%를 웃돌아 무상원조에 의존하는 인프라개발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개발해야 할 인프라는 무궁무진하기에, 결국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하나은행은 무작정 인프라금융 딜을 하겠다고 달려들지 않았다. 사전 예열작업부터 차분히 준비했다. 가장 먼저 본점에서 트레이딩 업무를 보는 딜러를 데려와 베트남에서 파생상품(FX) 관련 금융 선진화를 포석에 뒀다. 얼핏 부동산·인프라 금융과 파생상품 역량 강화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인프라금융은 보통 20년에서 많게는 30년 넘은 장기 프로젝트다. 장기 투자자들은 금융업이 미완성된 이머징 마켓에 들어오기에 앞서 가장 우려하는 게 환율 리스크다. 투자할 때 원화 1100원이었는데 20년이 흘러 엑시트(회수)할 때, 환율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환리스크를 어떻게 헤지하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냐에 성패가 달렸다. 베트남은 만기가 1년 넘어가는 파생상품은 유동성이 없다고 간주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환헤지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에서 한국 본사로부터 GTTN(Global Treasury&Trading Network)을 도입해 자금·트레이딩 업무 강화에 나선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미래시장 개척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하나은행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사전 예열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과거 옛 외환은행이 1967년 호치민에 지점을 냈지만 6년 뒤 월남전쟁 때 철수한 뒤 국교 정상화에 힘입어 1994년 하노이사무소를 개설했다. 4년 뒤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은행영업 허가를 취득해 지점으로 전환했다. 2008년에 연 호치민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하기까지 약 7년여의 시일이 소요됐다.

그간 법인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다. 다만 베트남 감독당국에서 부실기업 인수 외엔 외국계은행에 당분간 문호를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하나은행은 1조원을 들여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15%)을 인수하는 전략적 강수를 뒀다. 하나은행은 기업금융 강자인 BIDV와 협업 범위를 넓혀나가면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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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하노이지점 모습

김상수 하나은행 호치민지점장은 "하나은행이 IB딜에서 존재감을 갖기 위해 여러 노력을 이행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은 탄탄한 기업대출"이라며 "현재 하나은행은 한국계 뿐만 아니라 베트남 로컬기업들을 대상으로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호치민지점의 여신자산(1억4000만달러) 중 30% 가량은 로컬기업으로 나간 대출이다.

베트남 기업들은 아직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받지 않아 재무제표를 100% 신뢰하기 힘들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본점에서 온 여신심사역이 직접 현장기업들을 방문하며 자체적인 신용대출 평가모형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로컬 기업고객은 탑티어로 불리는 대기업에 국한돼 있지만 이를 중소기업으로 넓혀가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하나은행은 2020년부터 바젤2가 시행되면서 자기자본비율(CAR) 8%를 충족하기 위한 작업도 차분히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리스크관리 규정 개정과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강화된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리스크 전문인력 외부채용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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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호치민지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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