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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사모펀드’ 주도 업계 재편…방향성 맞나해운업 사례와 비교…초기 산업계 차원 비전 세워야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16 09:34:35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업 구조조정을 사모펀드가 주도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해운업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항공사 인수 시도가 이어질 경우 부실이 해소되는 것이 아닌, 리스크가 잠시 이연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항공업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항공업은 한국경제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초기 방향 설정에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업은 해운업과 함께 수출 위주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에 중요성이 큰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5%를 해운업이 담당하지만 초소형·초정밀 전자제품 및 각종 부품은 항공화물운송이 담당한다. 항공기를 통해 100% 수출하는 반도체 등이 한국경제 1위 수출품목으로 등극하면서 항공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 보다 커졌다.

◇해운업 구조조정의 교훈

항공업과 구조가 비슷한 해운업은 2010년을 전후한 시기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약 10년의 시간을 두고 항공업에도 구조조정이 본격화 했다. 해운업에서처럼 항공업에서도 구조조정을 사모펀드가 주도했다. 이런 점에서 과거 해운업 구조조정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진행되고, 향후 전개될 사모펀드 주도의 항공업 구조조정의 결과를 일정부분 예단해 볼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도권을 쥐고, 해운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초기 개별 해운사 구조조정에서는 부실 제거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구조조정이 실행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해운업 경쟁력을 상실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에 매각돼 구조조정을 거친 해운사들의 현재 사정은 어떻까.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각종 재무지표가 개선되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이 걷히면서 실적 등 수치가 개선된 효과가 있었다. 실제 원가절감 및 노선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대규모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실적 개선을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회사 운영이 고착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서는 뒤쳐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항로 개척과 신규수주, 항만 투자 등 실제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돈이 되는’ 해운사 및 사업부문에 대해서만 사모펀드들이 선별적으로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중심으로 일부 해운사들에서만 구조조정이 진행됐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옛 한진해운은 컨네이너선부문을 살리기 위해 벌크선부문 중 장기용선계약만 따로 떼서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현대상선도 벌크선부문과 LNG운반선부문 중 장기용선계약만을 떼서 매각했다.

벌크선부문 장기운송계약은 해운사에 있어 소위 ‘돈이 벌리는 사업’이다. 화주와 최대 25년 화물운송 계약을 맺는 만큼 초기 수주는 어렵지만 한번 수주하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또 건화물선운임지수(BDI)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유가가 큰 폭으로 변동해 계약시점의 예상보다 유류비 등이 증가할 경우 원가보존도 받는다.

또 벌크선의 경우 주로 철광석, 석탄 등 전기 생산(화력발전) 및 철강재 생산을 위한 원자재 운송에 활용되는 만큼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 변동폭이 컨테이너선 사업보다 덜하다. 사모펀드들이 집중적으로 장기운송계약이 맺어진 벌크선사 및 사업부문을 인수한 이유다.

반면 사모펀드의 인수 대상이 되지 못한 컨테이너선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 부실이 커졌다. 컨테이너선은 정기선 운항을 위해 대규모 선박 확보, 얼라이언스 가입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외생변수에 의해 수익 변동폭이 크다. 주로 완제품 형태의 수출화물 선적을 담당하는 만큼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하다.

이런 점에서 사모펀드들은 컨테이너선사 인수를 기피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사들에 대한 초기 구조조정은 일정부분 방치됐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결국 옛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현대산성에 대한 구조조정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외 흥아해운은 장금상선에 매각됐고, 고려해운, 천경해운, 남성해운 등 중견 컨테이너선사들은 수익성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 구조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여러 해운사를 인수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등 성과를 냈다”며 “하지만 사모펀드의 인수 대상은 벌크선사로 국한됐고, 인수 대상이 되지 못한 컨테이너선사는 계속해서 환경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국가가 나서 컨테이너선사 육성책을 펴고 있지만, 시기를 놓친 만큼 초기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초기에 해운업 구조조정을 사모펀드에게 방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시작 10년, ‘재매각’에 발목 잡힌 해운업계

해운사에 유입되는 수익이 사모펀드의 이익을 위해 대부분 배당되고, 이에 따라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현대LNG해운 등 사모펀드에 매각된 일부 벌크선사들은 매년 수십억원을 배당한다. 하지만 수주영업을 위한 전담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할만큼 투자가 부진해 향후 먹거리인 일감수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수주영업도 부진하면서 미래 생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당장 몇 년 뒤까지는 장기운송계약에 따른 수익 발생으로 매출이 유지되지만, 그 이후 회사 존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해운사들은 신사업개발팀, 수주영업팀 등 인력이 제한적”이라며 “신규 수주 등에서 여러 제약이 있고, 수주영업 및 투자 등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실무진의 전략을 사모펀드에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선박금융이나 운영비 조달 때, 사모펀드가 개입해 이자율을 조금 낮출 수 있다는 정도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해운업계 전반이 부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모펀드에 매각된 해운사들은 실적 외에 또 다른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투자 만기에 따른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재매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 대한 안정화가 더 진행되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 인수합병(M&A) 시도가 발생하면서 다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구조조정을 사모펀드가 주도했는데 순기능은 뚜렷하지 않다. 사모펀드가 들어와서 경영권을 동반한 매각차익을 노리면서 오히려 정상화 되어 가고 있는 업계가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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