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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 목표 이행률 미흡 '체질개선 박차' 매출 3조·영업익 3000억 달성 요원…M&A·중국시장 공략으로 극복

정미형 기자공개 2019-12-26 10:35:16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사진, 이하 형지) 회장은 1998년 ‘불처럼 일어나라’는 뜻을 담아 '형지(熒址)'를 세웠다. 부도를 경험했던 실패의 기억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회사를 키워내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사명이다.

2015년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형지는 창립 33주년을 맞아 새로운 그룹 통합 CI 발표와 함께 2020년 비전도 발표했다. 최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비전 선포 전 해인 2014년 매출액은 1조100억원, 영업이익 380억원이다. 이와 비교하면 5년 안에 회사를 3배 이상 키우고 수익성도 10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원대한 포부였다.

당시 형지는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막 올린 때였다. 형지는 1982년 전신인 크라운 설립 이후 32년 만인 2014년 패션업계에선 6번째로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으로선 고무적인 성과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비전 제시가 다시금 필요한 때였다.

최 회장은 2020년 국내 1위 패션업체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당시 다소 과한 목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최 회장이 서울 광장시장의 한평 남짓한 점포로 사업을 시작해 33년간 패션그룹으로 키워온 전력을 보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닌 듯 보였다.


◇M&A로 사세 확장…실적은 4년째 정체

그간 형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비전을 선포한 2015년에는 이미 잇단 M&A로 여성복부터 남성복, 구두·잡화, 유통까지 종합패션기업으로의 전열을 갖춘 상태였다.

형지는 2012년 남성복업체 형지I&C를 인수해 남성복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2013년 여성 커리어 브랜드 캐리스노트와 교복업체 형지엘리트를 잇따라 인수했다. 같은 해 쇼핑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하며 유통 사업까지 손을 뻗쳤다.

2014년 5월에는 프랑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해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6월에는 55년 전통의 제화 명가인 형지에스콰이아를 인수하며 구두와 잡화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시장 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M&A를 통한 성장 발판 마련이 결실로 이어지진 못했다. 경기 불황과 업체 간 경쟁 심화에 패션업계가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성장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2015년 1조100억원, 2016년 1조600억원, 2017년 1조600억원, 2018년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체로 성장세를 이어오긴 했지만 2018년 현재 매출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매출 성장 정체에 영업이익도 이전 수준보다 뒷걸음질쳤다. 비전 선포 전 해인 2014년 380억원 기록 이후 매년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는 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두 배가량 성장했지만 아직 2014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M&A에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된 탓에 재무적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내년까지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목표달성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형지가 외형 확장에만 주력해왔지 정작 수익성까지 챙기지는 못했다”며 “당시에도 목표가 과도하다는 평이었는데 내년 실적 성장에 성공하더라도 목표치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 비전과 달리 사업 목표 달성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형지는 2020년까지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온라인투오프라인(O2O) 플랫폼 구축과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중국 시장 진출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형지는 지난해 말 쇼핑몰과 모바일웹, 전용앱 개발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결합을 시도하고 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R&D센터 설립도 계획한 상태다. 중국 시장도 형지I&C의 진출 실패를 딛고 형지엘리트와 까스텔바작 등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중국 공략 본격화글로벌 진출로 '신성장동력' 확보

형지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비대해진 외형과 달리 국내 패션 시장 침체 여파로 수익성은 챙기지 못한 탓이다. 당장 2020년 목표 달성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성장세를 위해선 내실 다지기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형지I&C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형지I&C의 매출액은 2016년 1283억원에서 2017년 1135억원, 지난해 1088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까지 영업적자도 2년째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주력 브랜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온라인 사업 강화를 통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형지에스콰이아도 형지에 인수된 이후 올해(6월 결산법인 기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형지는 까스텔바작과 형지엘리트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형지엘리트는 2016년 빠오시니아오그룹과 합작법인 설립하고 중국 교복 시장 진출했다. 까스텔바작도 지난 3월 중국 패션유통전문기업인 이링쥬패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이는 2015년 비전 선포 때 2020년까지 중국 시장 진출을 더욱 활발히 해 해외 시장도 키우겠다는 목표와도 맞아떨어진다. 형지는 현재 건립 중인 송도 글로벌패션복합센터가 완공되면 이를 발판으로 더욱 활발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패션복합센터는 2021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라며 “조직 개편 등 사업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어 형지 내부에서는 내년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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