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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올 오어 낫씽' 글로벌 결합 심사…도전일까 도박될까싱가포르·EU 상세심사 중…'조건부 허가' 가능성 높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1-09 08:27:2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예상대로 '암초'를 만났다. 한국·일본·중국의 조선사들은 기업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데, 해외 선사들은 조선사의 '몸집 불리기'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선사와 조선사 간 입장차는 대우조선해양 M&A를 무산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시작부터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었다. 기업결합 신청 대상국 중 한곳이라도 불허하면 양사의 기업결합 자체가 무산되는 구조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50%가 넘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50%라는 의미는 반반의 확률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월 10년 째 매물로 나와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고, 현재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기업결합 신청 대상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한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총 6개국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10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허가했다. 나머지 5개국 중 한국과 중국, 일본은 기업결합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은 지난해 합병을 결정했다. 일본 최대 조선소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도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한중일의 주요 조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반대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EU와 싱가포르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관건이다. 이들 국가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M&A가 양국의 선사에 공정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양국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빅3 조선사의 합병으로 자국 내 선사와 해운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보다 싱가포르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최근 싱가포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LNG선 부문의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LNG선의 글로벌 최대 공급 업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EU는 이번 M&A에 대한 상세심사 절차를 통해 기업결합 여부를 결정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예비심사(Phase 1)를 마치고 2차 상세심사(Phase 2)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단계 심사를 마치고 2단계 심사를 시작했다.

관련 업계는 EU보다 싱가포르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상세심사 과정에서 불허된 기업결합 건수는 33건(14.7%)에 불과하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 중 57.5%(129건)는 '조건부 허가'로 기업결합이 허가됐다.

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내기 직전까지 EU측과 여러차례 접촉해 이번 M&A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기업결합이 원천 불허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싱가포르는 이번 기업결합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EU와 싱가포르 중 한 곳만 기업결합을 불허에도 이번 M&A는 무산된다.

싱가포르는 지배선대(자국선사가 직접 운영하는 선박의 규모를 나타낸 지표) 기준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이다. 싱가포르의 선대는 2018년 기준 2629척(1억358만 DWT)에 달한다. 조선사와 가격 협상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증가하는 추세인 점은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3 조선사가 합병하는 만큼 이해관계자인 싱가포르와 EU는 이번 합병이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양사의 주력 선종을 조정하거나 자산 매각을 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 조선업의 발전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합병이 성사되는게 유리하다. 2015년 조선업 수주 불황을 거치면서 국내 조선 3사는 저가 수주로 '제 살 깎기'식으로 경쟁했다. 글로벌 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싼 값에 수주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흡수할 경우 조선사 간 저가 수주 경쟁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이런 점을 고려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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