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로 운명이 바뀐 두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형종 사장은 한섬에서 현대백화점 수장으로, 장재영 사장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장을 맡으며 유통사와 브랜드사로 관계가 역전됐다.김 사장과 장 사장은 닮은 점이 많다. 1960년생 동갑내기 두 CEO는 각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에서만 몸을 담은 ‘정통맨’이다. 먼저 사회 생활을 시작한 건 1984년 신세계 판매촉진과에 입사한 장 사장이다. 바로 다음 해 1985년 김 사장이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이 둘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라는 경쟁업체에 있었으나 유통업이라는 큰 지붕 아래 35년 동안 동거했다.
이 둘은 백화점부문에서 경력 쌓다가 2012년 운명이 달라졌다. 당시 장 사장은 신세계의 백화점부문 수장이 됐으나 김 사장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계열사 한섬의 수장이 된 탓이다. 둘 사이에 처음으로 유통사와 브랜드사의 관계가 형성된 때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에서 브랜드 입점 요청을 받는 백화점과 백화점에 입점을 요청해야 되는 브랜드사는 서로의 상황에 따라 관계가 변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둘은 유통업계에서 오래 일한 만큼 마주칠 일도 많았으며 실제로 인연도 깊은 편”이라며 “한섬 수장을 맡으면서 김 사장은 장 사장에게 신세계백화점에 브랜드 입점을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올해 초 현대백화점 수장이 된 김 사장은 최근 장 사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8년만에 입장이 역전된 상황에서 김 사장의 전화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현대백화점의 패션업체 수장을 맡는 동안 김 사장은 한섬을 1조원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2014년 한섬 매출이 51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일궈낸 장본인이다. 이같은 성과는 김 사장이 현대백화점 수장까지 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이 현대백화점 정점에 오를 때 장 사장은 ㈜신세계 정점에서 계열사로 내려갔다. 신세계를 7년동안 이끈 장 사장은 유통업에서 쌓은 오랜 관록을 활용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61세를 맞이한 동갑내기 김 사장과 장 사장은 각 자 입장이 바뀐 채 유통채널과 브랜드사에서 실적을 개선해야 되는 과제를 받아든 셈이다.
업계는 김 사장과 장 사장 간의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서로의 위치가 바꿨지만 여전히 유통채널과 브랜드사 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를 거쳐 온 만큼 서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김 사장과 장 사장이 어떤 협력 관계를 구축할지 기대가 높아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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