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쌍용차, 날림 실적 예고공시 '전략·정보력 빈약'수차례 일정 정정···실적악화 속 전략적 판단 '스텝 꼬여', 애널리스트 동향 파악 어려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06 08:26:0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1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가 실적 예고공시를 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정정공시를 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이어갔고,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마힌드라 측의 막판 고심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정상화를 위해 KDB산업은행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인데 나빠진 실적과 재무를 공개할 경우에 향후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미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략 운용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IR의 주요 참여자인 애널리스트들의 동향 파악에도 소홀한 점이 언급된다.
◇최근 경영악화 고민 드러나…마힌드라, 전략 운용 실패 지적
쌍용차는 다른 일반적인 코스피 상장사들처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예고 공시를 해왔다. 지난달 31일에 작년 연간 잠정실적을 이달 3일에 밝히겠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쌍용차는 정정공시를 냈다. 기존에는 이달 3일 오후 4시반에 공시한다고 했었지만, 시간을 오후 3시반으로 바꿨다.
허둥지둥한 모습은 그 후에도 있었다. 실적을 공개하기로 한 당일에 정정공시를 내고 이달 4일에 실적을 밝히겠다며 "이사회 개최일 변경에 따른 일자 변경"이라고 바꿨다. 이날 쌍용차 관계자는 "이사회를 여는데 약간 협의가 잘 안 되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공시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쌍용차에서 특별한 사유를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오락가락 행보는 더 있었다. 4일에 정정공시를 내고 실적 발표를 다른 날로 미루겠다며 "추후 이사회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재공시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시한대로 이사회 일정과 관련한 것이며 IR팀 실무 부서에서 해당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실적을 발표하는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의 경영 악화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거두다 2016년에 '반짝' 흑자전환했다. 그 뒤로 다시 적자기업이 됐다. 2017년부터 대규모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지속했고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1820억원, 당기순손실은 1854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작년에 2500억원 내외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업계 전망을 넘어선 '어닝쇼크'를 예상하기도 한다.
실적이 나빠진 점이 공시를 하는데 일부 멈칫하게 하는 요인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시를 이번처럼 '이례적'으로 미룰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차의 최대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전략적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자금지원을 두고 KDB산업은행 등 정부 측과 벌이는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이런 전략적 판단하에서 고심을 하다보니 수 차례 실적 예고공시를 정정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런 '오락가락'한 행보를 한 그 자체로 이미 마힌드라그룹의 전략 운용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갑작스런 일정 연기로 실적 발표를 기다리던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의 신뢰에 일부 금이 가면서 오히려 추후 협상에서 마힌드라그룹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이사회가 열린 뒤 구성원 간에 이견이 생기거나 하는 문제가 아닌, 이사회 개최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마힌드라 측뿐 아니라 다른 이사회 구성원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쌍용차의 사내이사로는 대표이사인 예병태 사장,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라지브 두베이 이사가 있다. 사외이사로는 감사위원장인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박용환 전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 사장, 원봉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도미닉 디마르코 전 포드 이사가 있다.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다른 이사진의 출석률은 100%였는데, 라지브 두베이 이사만 홀로 100%가 되지 않았다. 작년 1월 30일에 열린 이사회에 불참했다.
◇'재무라인 수장' 와수데브 툼베 CFO 지휘력 의문, '정보력 부족' 노출
쌍용차 역시 다른 일반적인 상장사들처럼 실적 예고공시를 하는 과정에서 재무라인이 거의 전부 역할을 담당한다. 과거 쌍용차의 IR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IR부서 담당자 등이 참여했다. 현재 쌍용차의 CFO는 와수데브 툼베 경영지원본부장이다.
그는 ICWA 무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마힌드라&마힌드라(M&M)에서 자금과 회계를 담당했고, 자동차 부문 최고 집행위원, 자금 및 회계 부사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2013년 7월부터 쌍용차의 곳간지기를 담당했다. 그가 CFO를 맡는 동안 쌍용차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안정성도 개선되지 못했다.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재작년 말에 9년 만에 200%를 상회했다. 작년 3분기말에는 285.5%로 치솟았다. 전년말과 비교하면 67.4%포인트, 전년 동기말과 비교하면 80.9%포인트 상승했다. 4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자본총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더 올라갔을 것으로 분석된다.
와수데브 툼베 본부장이 CFO를 맡는 동안 별다른 재무 안정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번에 중요한 연례행사인 실적 발표에서도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사회와의 협의는 물론, 재무라인과 IR부서를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IR부서의 정보력 부족도 지적된다. 컨퍼런스콜의 주요 참여자인 애널리스트들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일정을 변경하면서 이달 4일 실적을 발표한다고 알렸었는데, 이날은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제네시스 GV80과 그랜저의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이 하는 시승 행사는 일찍 잡혀 있던 일정이었고, 예정대로 했기 때문에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망설임 없이 현대차의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만약 쌍용차가 4일에 실적을 발표했다면 컨퍼런스콜 참여자가 '텅텅' 비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시장과 투자자들에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쌍용차로서는 애매한 상황이 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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