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또 한 해가 지났다. 회사채 시장에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지 9년째다. 2012년은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절차인 수요예측을 의무화하면서다. 수요에 의해 합리적으로 수익률이 책정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에 일조했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완벽한 제도란 없다. 요즘 같은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존재하기 어렵다. 수요예측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 수준 정착된 모습이지만 보완점도 존재한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주관사나 인수단은 수요예측 참여가 금지돼 있다. AA급 이상 발행사 딜의 경우 주관사나 인수단의 계열 투자기관에서 인수량 30%에 한해 참여가 가능할 뿐이다. 다른 투자자에 비해 발행사의 내부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를 허용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주관·인수증권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할 경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주관·인수 업무를 맡은 증권사의 고객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규제라는 것이다. 리테일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가 주관사나 인수단에 들어갈 기회가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을 낳는다. 고객이 좋은 상품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증권사 입장에서 회사채 딜수임이 그야말로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제도적 불완전성의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금융당국이 문제점을 인지한 후 회사채 인수단의 수요예측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후 태도다. 이를 밝힌 때는 2015년으로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증권사들이 애먼 속만 끓는 이유다.
과중한 업무 탓이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주관사가 발행 과정에서 수요예측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한 정황은 없는지에 대한 촉만 세울 뿐이다.
그 사이 시장은 보이지 않게 곯아가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영업의 무기로 남용하는 사례까지 들린다. 주관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량을 설득시키기보다는 리테일 채널에 강점을 가진 하우스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소위 먹히는 영업 전략이 돼 버린 형국이다.
내년이면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째를 맞는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다. 좋은 제도는 제정이 아니라 개정으로 완성된다.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 시장 활성화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년짜리' 해묵은 과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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