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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열전]엘러간 독주 깬다…춘추전국시대 연 K-보툴리눔①글로벌 5조 시장 두고 각축전…메디톡스 휴젤 대웅 등 글로벌 시장 진출 눈앞

최은수 기자공개 2020-03-09 07:15:38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15: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 보툴리눔 톡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맹독인 복어독, 테트로도톡신에 비해 3만배 강하다. 하지만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처럼 보툴리눔 톡신을 정제해 만든 보톡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신약' 대접을 받는다. 미용으로 시작해 각종 치료제로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5조원 정도로 커졌고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만든 시장이다.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은 한국 바이오텍들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당 경쟁이라 불릴 만큼 보톡스 시장에 빠르게 침투해 갔다. 한국 시장을 장악했던 엘러간의 보톡스를 대신해 국내 보톡스가 주류가 됐다. 한국산 보톡스(보툴리눔 제제)는 글로벌 시장도 가시권으로 보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 업체간 균주 성분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고 글로벌 시장에 서로 먼저 진출하기 위해 치열한 작전까지 벌어졌다. 물론 이 같은 경쟁 속에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K-보툴리눔이란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용·치료 아우르는 놀라운 '극약처방'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이 내놓은 보툴리놈 톡신 제제의 제품명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이 만들어내는 신경독소다. 현존하는 독소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치사량은 0.0003mcg/kg, 맹독인 복어독(테트로도톡신, 10mcg/kg)보다 3만배 강력하다.

이 독소를 인체에 해가 없을 정도로 희석·정제할 경우 '약'이 된다. 사용처도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선 대부분 보툴리눔 톡신을 피부 주름을 펴거나 얼굴형이나 체형 교정 등 미용 목적으로 주로 활용한다. 보톡스 독성이 특정 부위의 근육을 국소 마비시키면 피부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종아리나 승모근 등에 주입하면 근육 부피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전 세계로 보면 치료목적의 용도로 쓰이는 비중(60%)이 더 높다. 말 그대로의 '극약처방'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보톡스는 2010년 미국 FDA는 만성편두통의 치료제로 공인받았다. 최근엔 뇌졸중이나 뇌성마비로 비롯된 근육경직, 다한증 등 사용처가 넓어지는 추세다. 톡신 제제 주입 효과는 4~6개월 가량으로 영구적이지 않아 시장성이 좋은 점도 매력이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세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톡신 시장은 2020년엔 50억달러(한화 약 5조9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엘러간은 2019년 한해 보톡스만으로 글로벌 전체 시장의 20%에 달하는 10억202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과 치료 시장에서의 우위를 엘러간의 보톡스가 점하고 있다.


◇가격·상품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 역전

보톡스는 1997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보톡스 상륙 당시 국내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원조 효과 또한 톡톡히 누렸다. 보톡스 출시 후 몇 년 간 엘러간의 독주를 막을 경쟁사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시장에도 중국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BXTA,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등 대항마가 등장했다. 다만 보톡스는 꾸준히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 제품군은 초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때 시장을 30% 중반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시술 후 내성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2000년 후반 들어 점유율이 급감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를 로컬 브랜드가 역전시킨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보톡스 시장에선 한국 업체가 엘러간을 역전시켰다.

난제를 풀어낸 업체는 메디톡스다. 메디톡스는 2006년 식약처(당시 식약청)로부터 톡신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시장에 가세했다. 2000년 설립 후 6년간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 등에 90억원을 투입해 얻은 결과였다.

메디톡스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보톡스 대비 70% 가격이지만 품질은 그에 못지않았다. 분말형으로 쓰였던 보톡스와 달리 세계 최초로 액상형 톡신 제제를 개발해 낼 독자적 기술력도 갖췄다. 출시 3년 만인 2008년 보톡스는 38%, 메디톡스 26%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1년 뒤인 2009년 이는 정 반대로 뒤집어졌고 메디톡스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메디톡스는 해외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2006년 19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수출은 2019년 620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13년 메디톡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상형 톡신 제제 이노톡스를 엘러간에 3억6200만달러(한화 약 4억2000만원)라이선스 아웃(L/O)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조 회사에 기술을 역수출한 기념비적 사건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고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 연 K-보툴리눔

메디톡스의 성장 이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취급하는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저마다 새로운 기술과 적응증을 내세우며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2001년 설립된 후발주자 휴젤도 매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휴젤은 2010년 들어 약진했다. 2012년 145억원이었던 국내 톡신 매출은 2019년까지 연평균 30% 순증하며 6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49억원에서 309억원으로 260억원 증가했다. 2016년부터 국내 톡신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왔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10여 년만에 국내 톡신 시장을 양분하는 거목으로 자랐다. 다만 이들의 이익 증가세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됐다. 톡신 업계 가격 경쟁이 격화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6년 10월 휴온스는 자사 톡신 휴톡스로 국내에서 수출허가를 받았다. 해외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7년 3분기경 경기도 오송에 3공장을 완공한 뒤 톡신 가격을 20% 인하하며 가격전쟁에 불을 댕겼다.

과당경쟁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갈등도 나타났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균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소송은 균주 논란에서 무역분쟁, 검찰 고발에 따른 잡음 등 복잡한 해외 수출 품목 품질 부적합 판정 등 크고 작은 악재가 겹치며 톡신 업체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와중에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로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2019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나보타의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최근 IPO에 성공한 제테마도 2월 브라질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진출을 위한 144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특히 대웅제약이 신규 시장 문을 연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웅제약은 2019년 미국 시장에서 4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25억원) 대비 256% 늘었다. 시장에서의 자연스런 선택을 위해 바이알(vial)을 미국 점유율 1위인 보톡스 규격과 동일하게 맞추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운 점이 주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톡신업계는 침체기를 딛고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규모가 큰 주요국 진출에 성공했다"며 "1세대로 불리는 미용목적에서의 강점을 유지하고 2세대로 불리는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늘리며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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