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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미국통' 진정훈 사장, 글로벌 시장 최전선 책임②모토로라서 한국 핸드폰 공략하다 SK로 스카웃

윤필호 기자공개 2020-03-10 08:18:51

[편집자주]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군을 이끈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인사를 단행하며 다시 비상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더벨은 다시 전성기를 재연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3: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정훈 SK하이닉스 글로벌 사업추진(Global Development Group) 담당 사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SK그룹에서도 손꼽히는 미국통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모토로라의 일원으로 치열한 한국 핸드폰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섰다. 이후 국내 기업인 SK그룹에 스카웃되면서 반대로 미국 시장 전략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진 사장은 주로 미국 현지를 무대로 SK하이닉스 마케팅부문장과 미주법인총괄 등을 거치며 시장 확장과 신규 사업 발굴 추진에 집중했다. 작년 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소속 부서인 글로벌 사업추진 부서도 사장급으로 힘이 실렸다.

◇모토로라 한국 진출 선봉…SK와 인연
SK하이닉스 글로벌사업추진담당 사장

미국 교포 출신인 진 사장은 현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컨설팅회사를 거쳐 2000년대 초반 글로벌 통신기업에 들어갔다. 짧은 시간에 핵심 인사로 치고 올라가 치열한 핸드폰 시장 격전지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확장을 이끌었다. 당시 회사의 경영원칙을 과감하게 타파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어 주목을 받았다.

1963년생인 그는 11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시카고 대학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1995년 존 마셜 법대(The John Marshall Law School)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액센추어 컨설턴트와 썰 제약의 북미영업 책임자를 거쳐 1999년 모토로라로 옮긴 이후 해외시장의 개척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그는 미국에서 글로벌 고객전략책임과 북미지역 PCS 영업본부 부사장을 거쳤고 이후 한국으로 넘어와 모토로라코리아 개인통신사업본부 부사장과 아시아지역 CDMA 제품개발 본부장을 맡았다.

진 사장은 꼼꼼한 분석을 토대로 과감하게 행동에 나서는 리더십을 보였다. 본격적인 활약은 2002년부터였다. 모토로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CDMA 휴대전화를 최초로 개발한 통신업계 최강자였고 한국 핸드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삼성전자에 밀려 점유율이 추락해 10%대로 떨어지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2000년 '스타텍' 이후 히트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위기 의식이 고조됐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인물이 바로 진 사장이었다. 당시 40대 초반의 나이로 모토로라 부사장에 오른 그는 2002년 한국 시장 점유율 회복의 중책을 맡고 전면에 나섰다. 한국에 오자마자 현지 시장을 파악을 위해서 일선 대리점을 직접 돌아다니며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를 살피며 후속 모델을 고민했다.

한국 시장 파악을 마치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우선 기존의 고루한 경영 원칙 타파에 나섰다. 모토로라는 당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진 사장은 전통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고 판단, 과감하게 배우 정우성씨를 '스타텍2' 등 15개 신규 제품의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진 사장은 모토로라 시절 SK와 인연을 맺게 된다. 2003년 당시 모토로라는 SK텔레콤에 가장 먼저 제품을 공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미국 시장에 밝은 진 사장을 주목했다. 이후 2007년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에 나섰고 당시 미국 현지 전문가가 필요했다. SK텔레콤은 진 사장을 영입한 해에 미주사업부문장에 선임해 신규사업 개척 역할을 맡겼다.

진 사장은 이듬해 SK텔레콤아메리카(SKTA) 대표 겸 전략그룹장으로 승진 및 보직을 이동해 글로벌 사업기회를 발굴 임무를 맡았다 당시 SK텔레콤은 글로벌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헤드쿼터를 한국, 중국 이외에 미국에도 분산시켰다. 그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e-러닝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국 교육 분야에서 IPE(산업생산성증대) 시장 공략을 담당하기도 했다.

◇美 반도체 시장 공략…180도 역할 전환

진 사장은 2012년 SK그룹이 인수합병(M&A)한 SK하이닉스로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SK그룹은 처음 진출한 반도체 산업의 연착륙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시장 흐름을 읽고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이 필요했다. 당시 SK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내 핵심 임원을 배치해 통합에 속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해외 영업 부문은 미국 현지 사정에 밝은 진 사장에게 낙점됐다.

SK는 그를 SK하이닉스에 새롭게 만든 마케팅본부 해외영업단의 단장으로 앉혔다. 모토로라 시절 한국 시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현지 맞춤형 전략을 짰던 그가 이제는 반대로 과거 경험을 살려 미국 현지 시장 상황을 살피고 공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듬해인 2013년 마케팅본부장으로 올라섰고 2014년 마케팅부문장, 2015년에는 미주총괄로 임명되면서 동시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진 사장은 미국 시장 마케팅 담당자로서 현지 사정과 고객사 수요를 파악해 전략을 짜는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은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고객사로 포진하고 있어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때문에 시장 트렌드는 빠르게 읽어내고 파악하고 실무 부서와 협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반도체 제품 개발 및 생산 부서가 개발·양산·규모와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과 고객 수요 등 주요 정보를 전달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글로벌 사업추진 담당을 맡으면서 업무도 보다 포괄적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사업추진 부서는 2017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사업을 구상하고 발굴하는 목적으로 미국에 설립된 부서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에 필요한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M&A, 전략적 투자, 합작법인(JV)과 관련한 전략과 자문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진 사장은 정기적인 시장조사, M&A 대상 회사 데이터 수집·분석 등을 수행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업무를 이끌어 미국 현지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추진은 세계 경제 변화가 큰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미국에서 M&A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작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고 글로벌 사업추진 부서도 사장급으로 격상됐다. 지위는 높아졌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세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산업계 변수로 떠올랐다. 해외 시장의 변화을 면밀히 살펴 사전에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승진한 진 사장에게도 보다 적극적인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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