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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 성공'의 조건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20-03-10 10:30:2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07: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조직 혁신·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캔터 교수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재조명하며 “최상의 기업합병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합병 사례를 2005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연구과제로 채택했다.

지난해 말은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위한 테스크포스(TF)가 출범하고 통합의 밑그림이 공개되던 때였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었다. 신한금융그룹은 비은행부문 강화를 목적으로 보험업 확대 및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 성공을 위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빠르고 안정적인 통합은 필수다.

하지만 최근 합병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통합TF는 가동을 멈췄다. 양사 합병을 위해 최우선 추진해야 할 IT시스템과 회계 통합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양사는 IT 등 일부를 제외하곤 기존에 실시하던 실무자급 왕래도 중단했다. 각 사별 요구사항을 부서단위로 취합할 뿐 교류가 없다.

이러한 소통 단절은 자칫 서로간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서면으로 취합된 요구사항은 읽기에 따라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오히려 요구사항의 목적이 의심 받을 수도 있다. 각자 일하던 방식을 고수하며 상대를 향해 ‘우리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길 우려도 존재한다.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이 성공한 배경에는 소통이 있다. 통합을 직접 수행하는 말단 조직에서부터 직원들이 활발히 왕래하며 소통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합병이 가능했다. 시간을 내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간 접점을 찾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통합은 이뤄졌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당시 영업점에 근무했던 한 퇴직 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합병이 되기 전부터 인력 교류가 있었고, 조흥은행 영업점에 가서 일했다"며 "거의 매일 회식을 했는데 일과 중에 서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과 의견들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맞대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친밀해졌고 그제서야 서로 다른 업무방식을 이해하고 통합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은 언젠가 성사될 것이다. 과정이 결과를 만든다. 2005년과 2020년은 제도부터 규제까지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은행과 보험사간 특수성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2개 조직이 합쳐지기 위해선 조직원간 소통은 필수다. 지금은 서로 한발 앞으로 나와 마주보고 다시 반발 뒤로 물러나 양보하며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금융사 합병의 또 다른 성공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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