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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패러다임 전환]'양적성장+코로나19' 변화 시계추 빨라진다①외생변수 불확실성 증대, '자금경색·기업가치 조정' 현실화

이윤재 기자공개 2020-04-22 08:01:19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 최전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생존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자금에 기반한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마주한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궤도가 흐트러진 모험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변화의 스펙트럼은 벤처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투자와 펀딩, 회수 등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을 집중 조명하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생태계가 코로나19발 빅뱅에 휩싸였다. 유동성 공급 기조 속에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더해진데 따른 것이다. 두 개의 거대한 외부변수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펀드레이징부터 투자, 회수까지 모든 사이클에 걸쳐 변화가 시작됐다.

장기투자자인 벤처캐피탈은 고민에 빠졌다. 단기적으로 버티면 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는 향후 3년 또는 그 이후 성적표를 좌우한다.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자금을 공급하는 유한책임출자자(LP)도 마찬가지다. 당장 '현금보유냐 출자냐'라는 갈림길에 직면했다. 고삐를 언제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에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유동성 확대에 코로나19까지…트렌드 변화 예측불가

벤처캐피탈 생태계는 최근 수년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양적성장의 결과물이다.

200억~300억원 안팎의 스몰펀드가 주류였던 벤처캐피탈업계에는 최근 1000억원대 대형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펀드의 대형화는 투자 규모 확대와도 맞물렸다. 한 건당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하며 초기투자에서 벗어나 스케일업까지 책임지는 투자자로 변신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더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양적성장에만 기초해 예단하면 됐지만 코로나19가 더해지며 그 양상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탈업계는 그동안 금융시장과 연동해 여러 변곡점을 거쳐왔다"며 "올해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외생변수로 인해 향후 변화를 사실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 짙어진 자금 경색…양대 출자기관 의존도 커지나

이미 변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펀드레이징부터 투자, 회수까지 벤처캐피탈이 겪는 모든 사이클이 해당된다. 올초부터 제기됐던 민간 자금 경색은 코로나19를 만나며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대규모 출자사업에서도 '펀드결성 능력'이 최우선 역량 지표로 떠올랐다. 주요 앵커 LP들은 자금확약서(LOC)에 가점을 부여한다. 모태펀드는 벤처캐피탈이 운용사로 선정되고 한 달내 첫 투자집행을 확약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추가 가점을 제공한다. 사실상 빠르게 펀드를 결성할 수 있다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다.

일부는 벤처캐피탈의 '스노우볼' 효과를 예측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벤처캐피탈들이 펀드 결성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은 사세를 불리고 일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다.

변화에 노출된 건 자금을 공급하는 LP도 마찬가지다. 벤처투자에 자금을 대던 금융사, 공제회 등은 '출자사업' 자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면 양대 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은 재정자금과 기존 모펀드 회수 재원 등을 바탕으로 출자를 계속한다. 출자시장에서 양대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게 된다. 사실상 두 기관이 벤처투자에 대한 유동성 전반을 관리하고 LP를 연결하는 허브 플랫폼 역할을 할 전망이다.

◇ 밸류에이션 조정 현실화…4차산업 트렌드 속도

투자는 가장 복합적인 변화가 점쳐지는 영역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벤처투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어졌지만 이제는 밑단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직전 투자 라운드보다 몸값을 대폭 낮췄지만 투자유치에 실패한 곳이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게 크다.

일부 벤처캐피탈은 지금을 투자 기회로 삼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자금 특성상 제한된 기간 내 집행을 완료해야 한다. 밸류에이션 조정장에서 포트폴리오를 알차게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셈이다. 동시에 후속투자(팔로우온)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운용사 내부적으로 검증된 포트폴리오에 수 차례에 걸쳐 자금을 넣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자체 점검하고 옥석가리기에 나선 곳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성장 투자처로 꼽혔던 5G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키워드는 더욱 빨라진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5G, AI에 기반한 비대면(언택트) 사업들이 빠르게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3~5년뒤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촉박해졌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돌발 변수가 있지만 상당 수 벤처캐피탈은 투자 위축보다는 기존 행보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동안 바이오 투자가 보여준 성과들이 4차산업 포트폴리오에서도 재현될 것이란 기대로 상당수가 관련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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