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장동복 예스티 대표 '라미네이터 투자' 결실 맺나'기술유출' 톱텍의 시장퇴출 맞춰 2018년 엔씨에스 인수…올해 3월 삼성과 첫 공급계약
조영갑 기자공개 2020-04-29 08:04:0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예스티가 2018년 인수한 라미네이터(초박막 적층기)제조 자회사를 통해 첫 납품에 성공하면서 장동복 대표(사진)의 혜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지위를 갖고 있던 톱텍이 '기술유출' 이슈로 사실상 배제되면서 시의적절하게 공백을 공략했다는 평가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예스티는 자회사 엔씨에스를 통해 지난 3월말 삼성디스플레이 측과 라미네이터 물량을 공급하는 첫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계약규모, 기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예스티 측은 "초도 공급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계약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내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납품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라미네이팅 기술은 흔히 '코팅'이라고 표현되는 공정이다. 디스플레이 층에 박막(얇은 막)을 여러 겹 적층해 표면을 보호하고, 강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공정이다. 최근 TV 등 중대형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모바일, 터치스크린 등 디바이스가 다양해지면서 색감, 수율, 빛 반사율 등을 결정 짓는 핵심기술이 됐다. 톱텍은 라미네이터를 비롯한 자동화(FA)기계를 통해 2017년 1조74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오토클레이브(Auto clave)등을 주 공급하던 예스티는 삼성과의 계약을 통해 라미네이터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오토클레이브는 라미네이팅 공정 후 디스플레이 패널에 온도와 압력을 가해 기포를 빼는 기계다. 수율을 높이고, 화소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예스티는 2017년 오토클레이브로만 9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매출액 1504억원의 63.1% 수준을 차지할 만큼 주력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단 공정에 위치하는 라미네이팅은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예스티는 이 사업 진출을 위해 2018년 10월 라미네이팅 및 코팅장비 제조업체 엔씨에스의 주식 10만 주(지분율 50%)를 15억원에 취득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2019년 5월 추가로 3만3000주를 5억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67%까지 늘렸다. 엔씨에스는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라미네이터 제작을 주력으로 삼은 기업으로 2019년 2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지분 인수 시점이다. 엔씨에스 지분을 인수한 2018년 9~10월은 톱텍이 삼성 납품밴더에서 제외된 시기다. 라미네이터 시장은 2017년까지 사실상 톱텍이 독점하고 있었다. 톱텍은 2010년께 삼성과 함께 라미네이팅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후 삼성에 라미네이터를 단독으로 공급하면서 매출액을 급속히 키웠다. 하지만 2018년 중국 측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삼성의 공급사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톱텍은 2017년 '1조 클럽'을 달성한 후 실적이 급감해 2018년 3088억원, 2019년 167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8년 9월 검찰이 톱텍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10월 라미네이터 조달 밴더에서 톱텍을 제외하면서 예스티는 재빠르게 엔씨에스와 지분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라미네이터 분야 독점기업인 톱텍이 기술유출 건으로 고초를 겪을 때 장 대표는 엔씨에스를 인수해 이 시장의 공백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예스티는 엔씨에스를 인수함으로써 기존의 디스플레이 공정 패키지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설립돼 2009년 반도체 장비사업에 집중하던 예스티는 2010년부터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에 진출했다. 2019년 총매출액 533억원 중 22.27%인 120억원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벌어들였다. 반도체와 더불어 환경안전, 소재부품 부문에서도 고른 매출액을 내고 있다. 톱텍을 대체하는 라미네이터 시장에 '마수걸이'함으로써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라미네이팅+오토클레이브' 후단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예스티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열 공정 기술을 통해 오토클레이브 시장을 개척했지만 그동안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라미네이터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2018년 엔씨에스를 인수함으로써 신규시장 진입에 성공했고, 최근 삼성 측과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스티 측은 삼성 측으로부터 수주한 라미네이터 생산에 속도를 내 상반기 내 첫 공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의 내용은 고객사(삼성디스플레이)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밝히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3월 오토클레이브 초도 공급물량인 30억원 규모로 분석된다.
현재 라미네이터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은 AP시스템, 예스티(엔씨에스), 필옵틱스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 측이 디스플레이 라미네이터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기존 톱텍의 물량을 고려했을 때 최대 7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두고 주요 기업들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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