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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적자운영' 美 윌셔그랜드센터, 매각대상 오르나조양호 전 회장의 '꿈'…"매각보다 증자·정부 지원금 활용"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27 07:49:04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07: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를 매각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인 한진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Hanjin International Corp·HIC)은 2017년 6월 개관 이후 만 3년째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영업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며 실적만 놓고 보면 '정리대상 1순위'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텔운영과 오피스 임대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인건비 등 고정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쉽사리 매각을 결정하지 못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호텔사업은 1분기 36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13억원) 대비 11% 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4억원에서 18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한항공의 분기 매출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호텔사업의 비중은 여전히 1% 중반대에 머물렀다.


현재 대한항공은 100% 출자로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 HIC를 통해 LA 월셔그랜드센터를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윌셔그랜드센터는 높이 335m, 총 73층 규모의 호텔 및 오피스 복합건축물로, 한진그룹이 2011년 영업종료된 윌셔그랜드호텔을 재개발해 2017년 6월 개관했다. 투입한 자금만 총 10억 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한진그룹 안팎에서 대한항공의 호텔사업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늘어날 정도로 영업실적이 시원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액 1869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을 당시조차 수백억원 대의 적자(-562억원)를 내는 등 좀처럼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HIC가 수익을 내는 방법은 호텔영업과 오피스 임대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로 사무실 공간 18개 층 가운데 10개 층 이상이 2년 넘게 공실로 비어있는 등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분기보고서에서 HIC에 대해 현금흐름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가 호텔 및 빌딩 임대업의 영업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 운영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손상 징후가 식별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코로나19의 동향 및 HIC의 예측 현금흐름 추정에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HIC의 영업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자료:대한항공 분기보고서)

특히 모기업인 대한항공조차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으면서 더욱 우려가 커졌다. HIC가 대한항공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인 셈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HIC가 2017년 9월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9억달러에 대해서도 채무보증을 섰다. 오는 10월 만기가 다가오기 전 어떤 형태로든 추가적인 재무 지원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호텔사업을 추가로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며 호텔사업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만큼 추가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시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며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LA 윌셔그랜드센터 역시 그랜드하얏트인천과 함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지속적인 개발·육성 또는 구조개편으로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호텔·레저 사업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 경우 상징성이 문제로 남게 된다. 윌셔그랜드센터는 조양호 전 회장의 꿈이자 한진그룹이 미국 땅에 세운 새로운 랜드마크다. 2017년 6월 개관식에 참석했던 조 전 회장은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LA와의 약속을 완성시킨 것"이라며 "LA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취임 후 첫 LA 방문에서 이 호텔에 투숙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윌셔그랜드센터가 한진그룹의 대내외적 이미지 제고에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자산이나 사업부 매각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일단 돈이 될 만한 건 무조건 다 팔라는 입장이지만 추후 항공수요가 정상화됐을 때를 고려하면 무작정 내다 팔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발표 당시 자산매각을 언급했다보니 기내식이나 MRO, 호텔 등 팔 수 있는 자산들이 다 나오는 것 같다"며 "현재 무엇을 추가로 매각할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은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업부가 다 항공과 직접 연관된 것들이여서 매각시 경쟁력 저하 가능성 이 있다"며 "매각보단 증자와 정부 지원금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코로나가 빨리 진정돼 매출이 정상 발생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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