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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커머스' 외도…제일기획이 그리는 미래는 중국 빅데이터 기업도 인수…자립도 높이기 위한 행보 분석

김성진 기자공개 2020-06-09 10:59:4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기획은 지난 3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사업정관에 새로운 내용을 대거 추가했다. '아이디어 상품 등 제조 및 판매업'을 비롯해 '통신판매법', '촬영소품 중고판매업' 등 기존 광고대행업체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었다.

제일기획은 정관 수정과 함께 '제삼기획'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직접 제조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 광고업과는 관련도가 낮은 새로운 영역의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광고대행업체들의 제조업 외도(外道)는 국내 광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업체인 이노션도 스마트 선글라스를 만드는 등 획기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광고업체라 하더라도 속사정과 지향점은 다를 수 있다. 제일기획은 왜 제조업과 이커머스(e-Commerce)에 눈독 들이는 것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소화기'부터 '크라우드 펀딩'까지

제일기획이 기존 광고대행업에서 벗어나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8년 삼성그룹 계열 보험회사인 삼성화재와 협업을 통해 일명 '꽃병 소화기'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당시 제일기획은 1년 반의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발했으며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본격적인 외도는 올해부터라고 볼 수 있다. 제일기획은 올해 사업목적에 아이디어 상품 등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하며 '제삼기획'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의 개설·운영을 시작했다. 제삼기획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지 않는 이색적이고 획기적인 상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제일기획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의 선봉 역할을 맡고 있다.

제삼기획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제삼기획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어떤 상품들이 실제 판매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존버(John Burr)'라는 브랜드를 축으로 노트, 음료, 스티커, 클리너 등의 상품들이 게시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자체적인 투자가 아니라 '와디즈(Wadiz)'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활용한다는 데 있다. 제일기획은 현재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편안함이 강조된 바지 제작을 위해 펀딩을 받고 있다. 펀딩은 지난달 25일에 시작해 오는 11일에 종료된다. 제작은 15일부터 시작되며 내달 13일까지 배송 완료될 예정이다. 사실상 이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패션, 음료, 필기구 등 무한히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제일기획의 이러한 이커머스 시장 진출은 본격적인 신사업 확대의 일환일까 아니면 단순 '재기발랄한 실험'에 지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사업이 진척된 상황은 아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새로운 시도이긴 하나 사업실적을 주요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영역 확대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중국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컬러데이터'를 인수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컬러데이터는 중국 내 5000개 이상의 SNS·뉴스·이커머스 사이트의 버즈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기획으로선 기존 디지털 마케팅 강화와 함께 중국 내 디지털 소비자들의 성향 분석 통한 전략 수립도 노려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광고업계 한 전문가는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업종간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제일기획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도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시도가 자사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립도 높이기 위한 노력 왜?

제일기회의 제조업 및 이커머스 시장 진출은 최근 국내 광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대행하는 이노션 역시 스마트 선글라스를 직접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벌이는 원인으로는 전통적인 광고시장의 축소가 꼽힌다. 실제로 신문 및 방송 등 기존 광고 시장은 해가 지날수록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지상파 TV, 라디오 등 방송매체 광고비는 3조6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규모가 줄어들었다.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 광고시장도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3.1% 감소한 1조682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PC, 모바일 등 디지털 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15%나 성장한 5조5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광고시장이 2.3% 커진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광고 시장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제일기획의 디지털 역량 강화나 글로벌 M&A, 제조업 및 전자상거래업 등의 신규 비즈니스 시도는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기획은 여타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업체와 같이 그룹 계열사의 안정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그룹 계열사 이외 광고주를 통한 매출도 필요한 만큼, 제일기획 역시 국내외 시장에서 삼성 이외의 다양한 광고주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에서 한샘, 셀바이오텍을 비롯해 빈펄(동남아), 폭스바겐(중동) 등을 신규 광고주로 개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M&A 역시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의 자립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제일기획은 2000년대 후반부터 영국, 중국,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의 현지 기업을 인수해 현재 9개의 해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기획이 지난 2014년 인수한 영국의 아이리스 사와 같은 대형 M&A의 경우 해당 기업이 기존에 대행해온 현지 광고주 물량이 제일기획 실적으로 편입되는 만큼 계열사 의존도가 낮아지는데 영향을 미친다”며 “제일기획 뿐만 아니라 아니라 이노션 같은 다른 국내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도 글로벌 M&A를 통해 계열사 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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