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행보에 쏠리는 눈 [지배구조 분석]조양래 회장, 조현범 사장에 지분 전량 넘겨…조현식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 거론
김경태 기자공개 2020-07-01 08:40:3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13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보유 중인 지주사 지분 전량을 넘겼다. 조 사장은 이번 주식 매입으로 단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다만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장남과 차남 간에 다툼이 발생한다면 국민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조 부회장은 누나인 조희원 씨와 손을 잡아도 조 사장에 밀린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조 사장에 반대한다면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 가능하다.
◇조양래 회장, '법정 공방' 차남 조현범 사장에 지분 전량 넘겨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6일 보유 중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조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조 사장은 기존에 지분 19.31%를 갖고 있었다. 조 회장의 주식을 더하면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그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후계자로는 조 사장과 그의 형인 조 부회장이 경쟁했다. 최근 두 명 모두 검찰 조사 후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 사장은 조 부회장보다 형량이 무거운 판결을 받았다.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6억1500만원의 추징금을 부여받았다. 그룹의 주력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반면 조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카의 희귀질환 치료를 돕기 위해 해외 장기체류 비자가 필요한 친누나를 미국 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의 범주는 비슷하지만, 혐의와 판결 내용의 차이가 있어 비교적 부담이 덜했다.
조 사장이 법정 공방을 벌일 때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자, 검찰은 조 부회장이 있다는 언급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조 사장이 재판에 힘을 쏟는 동안 조 부회장은 조 사장과 달리 경영 행보를 이어 왔다. 그간 조 사장이 이끌던 한국타이어의 현안도 챙겼다. 이달에는 현대차그룹과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과 관련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소지…지분 7% 보유 국민연금, '캐스팅 보트' 무게감 커져
조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 전량을 조 사장에 넘기면서 후계자로 공식 인정한 셈이 됐다. 다만 조 사장이 최대주주의 지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조 부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19.32%를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누나인 조희원 씨가 자신을 도와준 조 부회장과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희원씨는 지분 10.82%를 보유 중이다. 두 명의 지분율을 더하면 30.14%로 조 사장의 경영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존재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분 7.74%를 보유해 특수관계자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주요 주주다. 조 사장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등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국민연금의 선택은 다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조 부회장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조 사장을 견제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사인 한국타이어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의 지분 9.23%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이은 2대 주주다.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지분율이 40%를 넘기 때문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와 더불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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