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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녹색채권 시장의 '게임체인저' 될 것" [thebell interview]임대웅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28 15:40:2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이 구체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환경 관련 분야에 73조원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린뉴딜 정책의 활성화를 당부하는 만큼 세간의 기대도 높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대 정부마다 환경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그린’이라는 타이틀이 붙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뭐가 다르겠냐는 자조와 피로감마저 쌓여있다.

임대웅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사진)는 "이번에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린, 즉 녹색금융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분류체계와 평가기준부터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K-택소노미다.

객관적 기준을 세운 만큼 외부 정치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하면 녹색채권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PF보다 유연하고 펀드보다 대중적이기에 그린뉴딜에 적합한 조달방식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다.

임 대표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K-택소노미 프로젝트에 있어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정부가 개최한 녹색금융 관련 비공개포럼의 사회자를 맡기도 했다.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로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만큼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과 녹색금융 활성화를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린뉴딜, 이번엔 다르다…K-택소노미 핵심


임 대표는 "국내 실정에 맞는 택소노미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무늬만 녹색금융이면 안 되잖나”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그린뉴딜이 이전 정부 정책과 가장 다른 점이 K-택소노미라고 강조했다. K-택소노미 프로젝트는 녹색금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범주와 범위 등이 담겨 있는 분류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 주도로 4월부터 시작됐으며 8월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초안이 나오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산을 깎아 태양광발전 사업을 진행하면 이것은 녹색금융인가, 아닌가"라며 "기준이 없다면 과거의 실책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녹색금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K-택소노미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표”라고 말했다.

K-택소노미는 향후 정부가 추진할 그린뉴딜 정책의 근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뉴딜 정책은 2025년까지 국고 42조7000억원 등 모두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시와 공간, 생할 인프라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저탄소와 분산형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하면 녹색금융도 활성화할 것으로 임 대표는 바라봤다. 유럽 등 선진국 금융사들이 30년 이상 녹색금융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사회적 관심이 환경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업 종사자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데 미래의 최대 화두는 단연 생존일 것”이라며 “환경 관련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도 환경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녹색채권, 주요 조달 수단으로 부각될 것

녹색채권 시장도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바라봤다. 녹색채권은 SRI채권(사회책임채권) 또는 ESG채권의 일종으로 자금사용목적이 친환경으로 한정되어 있다. 2018년 KDB산업은행에 의해 국내 최초로 발행된 이래 지난해까지 꾸준히 발행됐지만 올해 주춤했다. 올 들어 녹색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TSK코퍼레이션 단 한 곳뿐이다.

임 대표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법은 크게 채권, PF, 펀드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중 녹색채권이 가장 인기를 끌 것”이라며 “자잘한 프로젝트가 많이 생길텐데 유연하면서도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형태가 녹색채권이다”고 말했다. PF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고 펀드는 대중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그는 “정부가 ‘국민채권’ 방식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보다 높은 이자로 녹색채권을 발행해 국민들이 사회적 가치가 높은 곳에 직접 투자해 이윤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등에만 쏠리는 유동성이 채권 등으로 흘러들어가 소득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금융공사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녹색금융공사가 녹색채권을 관리하는 한편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녹색 관련 사업에 직접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임 대표는 주장했다. 녹색금융공사가 환경 관련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면 녹색금융 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고 임 대표는 바라봤다.

◇녹색채권, 발행사 인식 전환해야

임 대표는 녹색채권이 그린뉴딜, 녹색금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해와 인지도 부족으로 시장 발전은 더디다. 외국과 달리 녹색채권으로 발행해도 일반 채권으로 발행했을 때보다 금리적 이점이 적다는 것이 발행사들과 주관사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사전검증 비용이 더 들고 사후보고도 해야하므로 차라리 일반 채권으로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정부가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발행사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하려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인데 투자자들이 일반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욕심”이라며 “발행사와 주관사가 스토리를 만들어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투자자들은 언제나 투자받기만을 기다리는 양질의 프로젝트가 쌓여 있다. 이런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기존에 발행하려던 채권을 녹색으로 포장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녹색채권 시장에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므로 대비해야 한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한정된 투자자들만 녹색채권에 투자를 해왔다면 그린뉴딜 이후에는 국민들의 유동성이 녹색채권으로 흘러들어가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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