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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안 명암]금융당국, 14년 만에 '매스'…공정경쟁 '숨통' 틀까①전자금융업 통합·간소화 초점, 빅테크에만 과도하게 유리 지적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0-08-05 08:34:59

[편집자주]

금융당국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해왔고 이들의 규제를 더 완화해줄 개정안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있다.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금융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또 남겨진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이 14년 만에 새 단장에 들어간다. 2006년 제정된 이후 전금법은 사실상 방치 상태였으나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업을 신설하고 전자금융업종을 통합·간소화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일각에선 IT를 중심으로 금융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테크핀, 그중에서도 '빅테크' 업체에만 지나치게 유리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국도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나 전통 금융업체들에 대한 확실한 규제 탈피 논의는 보이지 않아 일명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가닥 잡힌 전금법 개정안…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업 신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개정한 데 이어 전금법을 손봐 디지털금융의 기틀을 닦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e브리핑을 통해 "디지털금융은 대표적인 비대면 산업으로 간편결제와 송금의 확대, 인증기술의 발전, 플랫폼의 확산 등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내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전금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2006년에 제정된 이후 큰 변화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마치고 디지털금융의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이다. 유럽은 한국보다 1년 늦은 2007년 전금법에 해당되는 법을 제정했지만 2018년에 전면 개정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싱가포르 역시 이번 전금법 개정안에 포함될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사업에 해당하는 사업을 이미 영위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국내 간편결제·송금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6년 일 평균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액은 각각 255억원, 71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이들 금액이 1656억원, 217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금법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자료=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신설하는 데 있다. 마이페이먼트는 이용자의 결제·송금 지시를 받아 금융사 등이 이체를 할 수 있게 전달하는 업을 말한다. 전자금융업자를 거치지 않고 금융사간 직접 송금·결제가 가능해 전자상거래상 수수료나 거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추후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조회·이체·결제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고도화된 종합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지급결제업은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라이선스 하나만으로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소액 후불결제 기능이 부여된 것도 눈에 띈다. 전금법 개정을 앞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이를 반대해왔으나 결국 포함됐다. 핀테크업체들이 신용카드사와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적용받는 규제가 느슨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금법 개정안은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에 달리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번에 신설될 종합지급결제업도 금융사의 진입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금법상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금융업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전자화폐의 발행 및 관리업무를 영위하도록 허가받은 주체를 말한다. 또는 △전자자금이체업무 △직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전자지급결제대행에 관한 업무 등을 등록한 사업자에 해당한다.

은행, 보험사, 여전사, 상호금융 등 금융사는 여기서 제외된다. 금융위 보도자료에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같이 금융결제망에 참가하여 계좌 기반의 독자적인 자금이체가 가능'하다고 표현돼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물론 아직 최종안이 나온 건 아니다. 금융위는 하반기에 전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방안 중 세부과제는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모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올 4분기 중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학계, 연구원 등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다.

◇금융사 vs 핀테크, 불붙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전금법 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특히 카드사를 주축으로 핀테크와 규제 측면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제한한다. 가령 연 매출액 3억원 이하 가맹점은 신용카드는 0.8%, 체크카드는 0.5%로 수수료율이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신용카드사는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를 통한 가맹점 수수료로는 돈을 못 버는 환경이 고착화됐다.

하지만 핀테크에는 우대 수수료 개념이 없어 자의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다.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핀테크사는 수수료율을 대거 높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핀테크는 자본비율 관련 규제도 받지 않는다. 반면 여전사는 레버리지배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일정 수준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캐피탈사는 10배, 카드사는 6배(10월부터 8배로 완화)를 한도로 두고 있다. 건전성관리 차원에서 충당금도 보수적으로 적립하도록 요구한다.

마케팅 부문에서도 다른 규제를 적용한다. 카드 모집인의 경우 고객에게 연회비의 10%까지 금전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으나 핀테크는 제한이 없다. 카드사가 상품을 만들 때 각종 수익성을 분석해 과다한 비용 지출을 막는 제약도 핀테크엔 '남의 일'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 업무와 크게 차이도 나지 않는데 게임의 룰 자체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하기엔 시작부터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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