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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 쟁점 '경영권 방어'유상증자 제한 법적 근거 불분명…법원 해석 관건

김병윤 기자공개 2020-11-23 08:19:2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10: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가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유상증자를 제한하는 법이 뚜렷하지 않은 터라 법원의 판단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로 연관 짓는지가 이번 법정 다툼의 승부처로 꼽힌다.

KCGI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KCGI는 △국민혈세를 이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반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심각한 주주권 훼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는 불법 등을 강조했다.

KCGI가 제기한 소송에 법조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한 규제는 명확한 반면 유상증자 관련 제재는 뚜렷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CB 발행을 금지하는 규제, 특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1조(전환사채의 발행제한 및 전환금지기간)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의 경영관 관련된 분쟁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기간 △경영권 분쟁 사실이 신고·공시된 후 그 절차가 진행 중인 기간 등에는 CB를 발행할 수 없다. BW의 경우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분리형 BW의 발행이 금지됐다. 분리형 BW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나 편법 상속·증여에 악용된다는 비판에 따른 결과다.

관련한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스위스의 쉰들러홀딩스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현대엘리베이터의 CB 발행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2050억원어치 사모 CB를 찍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7년 1월 CB 820억원어치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했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조기상환된 CB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표면상 현대엘리베이터가 CB를 발행했지만, 실질적으로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사실상 분리형 BW를 발행했고, 이 가운데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 회장 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CB·BW의 발행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는 명확한 반면 유상증자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는 뚜렷하지 않다"며 "KCGI의 주장을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이번 소송의 승부처로 꼽고 있다. KCGI의 주장대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해석이 내려진다면, KCGI가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는 해외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일본의 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가 니혼방송(NBS)을 인수하려 나서며 빚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NBS가 4720만주의 신주예약권(미리 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후지TV에 넘기기로 하자 라이브도어는 발행금지가처분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4720만주는 당시 NBS의 발행주식의 1.4배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도어는 NBS의 신주예약권 발행은 사업 목적상의 자금 조달이 아니라 후지TV가 니혼방송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NBS는 스튜디오 정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예약권 발행에 나선 것이라고 맞섰다.

양 측이 팽팽히 대립한 가운데 도쿄지방법원은 라이브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라이브도어의 NBS 지분 취득이 결정된 이후 신주예약권이 발행된 점 △신주예약권의 발행 의도가 라이브도어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기 위한 점 등을 도쿄지방법원이 인정했다. 현 경영진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신주예약권의 발행을 불공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라이브도어-후지TV 간 경영권 다툼은 한진칼-KCGI 간 대립과 닮은 점이 많다"며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에서도 유상증자의 목적이 경영권과 직결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이번 한진칼 유상증자를 두고 산업은행이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는 터라 KCGI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KCGI가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이번 한진칼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차선의 방안을 마련해 양대 항공사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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