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들 카카오뱅크(카뱅)를 메기에 비유하는데 시중은행은 상어쯤 되겠죠. 메기가 흙탕물은 일으키겠지만 저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시중은행 임원과 카뱅의 기업공개(IPO)를 주제로 통화하면서 들은 말이다.심지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사는 카뱅이 기존 은행을 흔들 수 있는 것처럼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 편하게 몸집을 불리며 살찐 '상어'가 다이어트 자극을 받고 강력한 포식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뱅에 대한 유독 보수적인 전망과 자신감에 귀가 쫑긋했다. 그는 카뱅의 행보가 생각만큼 혁신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뱅이 '같지만 다른 은행'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다른 듯 같은 은행'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당국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내줬다. 카뱅은 작년부터 연 1조원 이상 중금리대출을 공급했다는 입장이지만 6월말 기준 신용대출 중 5등급 이하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에 그쳤다. 서민 지원이라는 명분은 물론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는 이들을 카뱅만의 툴로 평가해 흡수하는 차별화된 모습도 없었다.
카뱅이 가볍고 빠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냉정하게 보면 카뱅이 그동안 신용대출만 취급했고 규모가 작기에 가능했다. 추후 담보대출, 펀드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하면 앱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시중은행은 전사적 역량을 디지털전환에 쏟아 채널 중심축을 비대면으로 옮기는 추세다. 앱의 편의성도 상당히 개선됐다. 시간이 갈수록 기술 수준이나 상품·서비스는 동질화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채찍질을 가해 이 시간마저 단축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점유율(M/S) 경쟁이 머지않다는 뜻이다. 카뱅도 수신금리를 더 얹거나 다른 혜택을 붙여주며 비용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막대한 자본력, 네트워크, 기존 고객 등 우위를 점한 시중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M/S를 가져올 수 있을까. 카뱅이 시중은행 사업모델을 그대로 따라 해도 4~5년은 성장 여력이 충분하지만 그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 이유다.
카뱅이 보수적인 금융 생태계를 자극해 변화를 추동한 건 큰 성과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시중은행이 이를 벤치마킹하며 차별점은 희석되고 있다. 결국 카뱅이 기존 은행과 '다른' 몸값을 받으려면 앞선 임원의 지적을 넘어설 만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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