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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인증,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하겠다" 이승태 나이스신용평가 투자평가본부 본부장, 권성철 ESG인증평가팀 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01-25 13:39:59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08: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신용평가사의 평판에 금이 가면 안 된다.” 이승태 나이스신용평가 투자평가본부 본부장이 내세운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사업의 원칙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은 신용평가사에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양대 축이다. 조달자금이 취지와 달리 사용되는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도 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여기에 설명력과 추진력으로 색을 담아냈다. SRI채권은 발행하겠다는 기업도, 투자하겠다는 기관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어떻게 발행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아는 전문가는 손에 꼽힌다.

권성철 ESG인증평가팀 팀장은 ICMA와 환경부의 기준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열하게 토론해 논리로 무장했다. 업계 최고 전문가가 되어 발행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기업, 투자자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래야 나이스신용평가의 SRI채권 인증이 신뢰를 얻어 ‘그린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등급'이 대세될 것, '의견'은 유예조치일 뿐

“2~3년 동안 기업들에게 SRI채권 발행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SRI채권이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여러 기업의 발행을 유도하되, 신용평가사가 사후에 제대로 관리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낫다고 봤다”

나이스신용평가가 SRI채권에 ‘인증등급’과 별개로 ‘인증의견’만 부여하는 이유를 권 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인증의견은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SRI채권 원칙과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부합(PASS)’이나 ‘FAIL(미부합)’을 부여하는 인증형태를 말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내세우는 차별화 지점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SRI채권 인증기관 중 평가방법론을 발표하고 인증등급과 의견 둘다 평정방식으로 공식 채택한 곳은 나이스신용평가뿐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방법론에 인증등급만 체계화했고 회계법인은 평가방법론 등을 내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처음 발간한 SRI채권 인증보고서에도 인증의견을 실었다. 최근 발표한 현대오일뱅크의 녹색채권 인증보고서에 ‘부합'의견을 냈다. 신용평가사답게 담을 것은 다 담았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녹색채권 관리체계뿐 아니라 환경 경영활동, 자금 투입 프로젝트까지 상세하게 다뤘다.

그러나 인증의견은 한시적 조치일 뿐이라고 권 팀장은 강조했다. 원화 SRI채권 시장은 2018년 열려 아직까지 소수 대기업과 공기업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책임투자, 녹색금융을 이루려면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야 한다. 인증의견을 통해 좀더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그는 바라봤다.

권 팀장은 “머잖아 그린워싱을 우려해 인증등급이 높은 SRI채권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금리 메리트가 생기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점차 인증의견이 사라지고 인증등급이 시장표준으로 자리잡을텐데 나이스신용평가가 그때까지 견인차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증의견이 SRI채권 시장의 진입장벽을 과도하게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SRI채권의 취지에 어긋날 경우 차라리 인증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녹색금융 분류체계(텍소노미, Taxonomy)에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기업에 인증을 거절한다”며 “서둘러서 성과를 내기보다 늦더라도 똑바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그린 프리미엄’으로 이어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기타고려요소(α)와 사후검증을 강조한다. 기타고려요소는 SRI채권 평점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지만 유사시 인증등급을 좌우할 위력이 있다. 그린워싱이나 인권·환경·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부정적 논란, 크레딧 이벤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권 팀장은 “그린워싱 등을 일부 평점요소로 반영하면 인증등급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 있어 기타고려요소에 넣었다”며 “발행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RI채권의 만기까지 사후검증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발행사를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다. 그동안 발행사들은 SRI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배분하고 나면 더 이상 투자자안내문을 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채권 만기가 남아 있어도 투자한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수 없었다.

권 팀장은 “신용등급 평정처럼 SRI채권 사후검증도 정기와 수시로 연 1회 정도 이뤄질 것”이라며 “발행사가 마음대로 인증을 철회할 수 없도록 약정서 등에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SRI채권 인증과 투자자 보호장치는 궁극적으로 ‘그린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린 프리미엄은 녹색채권 등 SRI채권의 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것을 뜻한다. 요컨대 나이스신용평가의 인증을 통과한 SRI채권이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 본부장은 “SRI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착한 기업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말한다”며 “장기적으로 SRI채권을 발행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게 리스크 관리나 수익률, 홍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신호를 시장 참여자에게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재대로 알고 제대로 한다’, 토론의 힘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한다’. 최근에 권 팀장이 들었던,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평가사 본연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치열한 토론으로 색을 더했다. 본부장에서부터 연구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료 하나, 영단어 하나를 놓고 평가방법론에 어떻게 실을지 토론했다.

SRI채권 발행사를 최전선에서 만나는 만큼 전문지식은 물론 내적 논리체계까지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ESG인증평가팀의 인력 구성은 이 본부장의 주도 아래 토론이 내공으로 쌓일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ESG인증평가팀은 2020년 출범해 투자평가본부 산하에 있다. 이 본부장은 1999년부터 KDI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일하다 2002년 나이스신용평가 투자평가본부로 자리를 옮겨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본부장에 올랐다.

권 팀장은 중공업, 전기전자, 화학분야 신용평가부문과 평가연구, 평가정책 애널리스트로 19년을 지냈다. 미국회계사(USCPA) 자격증을 보유했다. 팀원인 권진혁 선임연구원도 EY한영을 거쳐 나이스신용평가 투자평가본부 애널리스트로 실력을 키웠다. 발행사의 재무구조와 대상 프로젝트의 사업성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볼 줄 아는 소수정예인 셈이다.

기업과 프로젝트, SRI채권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권 팀장은 기업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ICMA와 환경부 등의 기준을 일일이 우리 식으로 소화하고 예시를 넣어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을 줄이려고 했다”며 “논리적인 설명력과 진정성, 일을 성사시키는 추진력이야말로 나이스신용평가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힘은 나이스신용평가를 고지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권 팀장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꿈인데 SRI채권 인증시장에서 나이스신용평가가 국내 표준, 더 나아가 국제 표준이 되는 것을 보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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