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Global Sight]LG화학, 국내 최대 ESG 채권 발행보다 중요한 과제는뒤쳐진 지배구조(G)…이사회 의장 독립성 결여는 글로벌 공통 지적사항
박기수 기자공개 2021-02-19 09:30:08
[편집자주]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는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다. 동시에 ESG를 고려한 'ESG 경영'은 기업들의 중장기 목표가 됐고 투자자들에 어필할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평가 기관에서 부여받은 고(高)등급은 기업의 자랑거리가 된다. 다만 시각을 '국내'로만 한정 지으면 그만일까? 해외 기업과 경쟁 중인 대기업들의 ESG 경쟁 무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다. 국내 기관과 글로벌 기관이 부여하는 ESG 등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 지, 글로벌 기관이 평가한 국내 대기업들의 ESG 등급은 어떠한지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LG화학은 국내 일반기업 최대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규모만 무려 8200억원이다. 여기에 일반 회사채 3800억원을 합쳐 이번에 총 1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LG화학은 ESG 채권으로 모집한 자금을 탄소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등에 쓰기로 했다.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친(親) ESG 경영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ESG 채권을 발행했다는 단순 사실만으로 ESG 등급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라면서 "다만 ESG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검증 받아야하고, 채권 발행 후에도 회계법인 등을 통해 자금이 적절하게 사용됐는 지 검증받기 때문에 친환경적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SG 채권발행 긍정적 시각...환경부문 호평
친환경, 탄소 감축은 화학사들 뿐만 아니라 온 재계의 관심사다. 다만 LG화학이 ESG 경영을 위해 정말 신경써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업계 일각의 의견이 나온다. 실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평가자료가 되는 글로벌 ESG 평가 등급을 보면 LG화학의 문제는 환경(E)이 아닌 지배구조(G)에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부여한 LG화학의 ESG등급은 BB등급으로 총 7등급 중 4번째에 속한다. '평균(Average)' 으로 분류된 카테고리에서 최하위 등급이다. MSCI는 세부 평가에서 LG화학이 뒤쳐지는(Laggard) 부분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꼽았다.
작년 인도공장 사고가 있었지만 독극물 배출(Toxic emission)과 생산 제품의 화학적 위험성(Chemical safety)에 대해서는 '평균' 수준을 부여했다. 또 석유화학 기업의 공통적 고민인 탄소 배출(Carbon emissions)에 있어서는 오히려 업계의 리더(Leader)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지배구조 부문에서의 평가가 전체 ESG등급을 갉아먹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글로벌 화학사들에 대한 MSCI의 평가는 LG화학과 큰 온도 차를 보인다. 시노펙과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는 MSCI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평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온델바젤과 다우는 업계 리더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역시 MSCI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선 LGIM은 LG화학의 환경 점수로 100점 만점에 36점을 부여했다. 이는 동종업계 글로벌 경쟁사로 분류되는 포모사플라스틱(3점),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3점), 라이온델바젤(7점), 시노펙(2점)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듀폰(30점) 역시 LG화학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배구조 평가로 넘어오면 평가가 뒤집힌다. LG화학은 지배구조 점수에서 100점 만점 중 36점을 받았다. 이는 포모사플라스틱(37점), 다우(67점),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52점), 라이온델바젤(73점), 시노펙(39점)보다 낮은 점수다.
◇지배구조 '평균 미만'...이사회 의장 독립성 결여 지적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 E와 S, G에 대한 점수 부여와 함께 평가 세부 근거를 공개하는 LGIM은 LG화학의 이사회 의장에 대해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LG화학의 이사회 의장은 권영수 ㈜LG 부회장으로 LG화학의 기타비상무이사다.
권 부회장은 2010년대 LG화학 전지사업부를 이끌면서 대표이사까지 수행했던 경력자다. 더불어 현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서 최고의 보좌진으로 인정받으면서 LG그룹 및 LG화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LGIM은 권 부회장같은 인물이 의장직에 앉아있을 경우 이사회 경영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또 LGIM은 LG화학 감사위원회내 '재무 전문가'에 관해서도 기준 미달점을 부여했다. LGIM은 감사위원회 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공인된 재무 전문가를 적어도 1명 이상 배치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 LG화학 감사위원회(안영호·정동민·김문수)에서 LG화학이 재무 전문가로 분류해놓은 인물은 김문수 사외이사다. 4호 유형으로 금융기관·정부·증권유관기관 등 경력자 자격으로 감사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문수 사외이사는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 박사 과정을 밟고 국세청 차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으로도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내 전문가 선임의 경우 국내와 글로벌 기준이 상이한 점이 있다"라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글로벌 ESG 등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만한 감사위원회를 솔선수범해 갖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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