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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호조 속 여전채 소화력은 주춤…인수경쟁 여파 발행 후 유통시장 매각 더뎌, 증권사 물량 떠안기 심화…가격왜곡 지적도

피혜림 기자공개 2021-02-24 13:02:5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06: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채 시장만큼은 증권사의 미매각 인수가 지속되고 있다. 치열한 인수 경쟁 탓에 증권사들이 낮은 금리로 물량을 확보한 후 이를 되팔지 못하고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관들의 경우 지나치게 금리가 낮은 탓에 여전채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채의 경우 수요예측 제도 등에서 비껴가 있어 인수단이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사의 경쟁 심화가 시장 가격 왜곡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발행 후 유통량 급감, 증권사 미매각 물량 확대

우리카드는 이달 17일 1500억원 규모의 여전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5년과 4년으로, 각각 1000억원, 500억원씩 배정했다.

통상적으로 여전채는 발행 당일 유통시장에서 매각된다. 하지만 17일 우리카드 3.5년물의 거래 물량은 500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19일까지 추가로 유통된 물량은 없었다. 사실상 인수단이 남은 금액을 매각하지 못하고 떠안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도 상황은 비슷했다. KB국민카드는 17일 4년물 채권을 500억원어치 찍었지만 이날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은 400억원 수준이었다. 이달 10일 1000억원어치 발행한 신한카드 2년물 역시 700억원만이 시장에서 거래됐다. 이후 두 채권 모두 19일까지 유통거래 내역이 없었다는 점에서 인수단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A급 회사채가 무리없이 소화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채 시장은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AA급은 물론 A급까지도 기관들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여전채의 경우 발행 이후 인수단이 시장에 매각하지 못한 물량이 상당한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간 치열한 인수 경쟁이 이같은 현상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가 여전채 인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눈높이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을 지원한 탓에 기관들의 소화력이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수 여력이 높아진 대형 증권사가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신한카드 채권의 주관사는 각각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었다. 여전채 강자로 꼽히는 KB증권 역시 일부 여전채 인수물량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심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채의 경우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지 않다보니 주관사 역할을 얻기 위해 시장 기대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을 도운 후 시장에서 매각 되지 않아 증권사 자체 북으로 인수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발행사와 투자자 간 가교 역할에서 벗어나 점차 가격 왜곡 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자금력 확대, 인수 역량 증가

자본 확충 등으로 몸집을 키운 증권사들의 자금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인수단 역시 유동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금리 등의 발행 조건을 따지기보단 물량 확보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조달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여전채 물량을 매각하지 못하는 게 손해만도 아니다. 증권사 조달금리 또한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채 물량을 떠앉더라도 일정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시장이 개선될 경우 곧바로 매각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다만 발행과 투자 시장간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전사의 경우 채권 시장에 대한 조달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 다변화 등이 절실하다. 인수단의 가격 왜곡 등으로 시장과의 소통력이 줄어드는 것에 경계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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