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법원에 낸 주주총회 소집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내달 임시 주총이 열린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해임안,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교체 등 소액주주 연대측 제안이 상당 부분 안건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조산업측도 신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달 주총에서 사측과 소액주주간 일대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조산업은 내달 14일자로 임시주주 총회를 소집한다고 3일 밝혔다. 사조그룹 5개 상장사 가운데 하나인 사조산업은 오너 일가가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상위 회사 사조시스템즈의 자회사로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다.

내달 열리는 주총에서는 주 회장의 등기임원 해임 및 사외이사진 교체 등을 포함해 소액주주 연대의 제안이 상당 부분 안건으로 수용됐다. 하지만 사조산업 역시 이날 주총 의안으로 정관 변경을 상정하고 사측이 추천한 인물을 이사 후보로 올리는 등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조산업을 비롯해 사조그룹 상장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오랜 기간 누적된 것이다. 오너가의 자의적인 경영으로 상장사 시가총액이 일제히 자산가치의 극히 일부만을 반영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다, 승계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저평가해야할 유인이 있는 사측이 이를 의도적으로 방관했다는 것이 소액주주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사조그룹이 올 들어 시도한 계열사간 지배구조 정리 작업은 소액주주 운동을 촉발하는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사조산업은 지난 2월 보유한 골프장법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를 합병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합병을 통해 오너가가 캐슬렉스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에 전가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조산업은 결국 합병 공시를 철회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임시 주총을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사회 내에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23일 임시주총 소집청구 내용증명을 사조산업측에 송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30일 법원에 임시주총 가처분을 신청, 주총 소집에 성공했다.

내달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소액 주주 제안을 받아들여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 표결 방식 △소액주주측 기타비상무이사 감사위원 선임안 △이사 주진우 해임안 △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해임 및 신규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안건으로 논의된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사조그룹 회장인 주진우 사내이사 해임 안건 등이 가결될 확률은 낮은 반면, 소액주주측이 제안한 후보자의 감사위원 선임 등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조산업은 1분기 말 기준 유통주식 494만5000주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의 56%에 해당하는 280만8538주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전체 주식의 약 39%만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희망을 거는 것은 '3%룰' 때문이다. 상법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측이 각 개인별로 의결권을 보유한 주식 중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모을 수 있는 사조산업 의결권은 약 16% 정도로 제한된다. 더 나아가 상법 제542조의12 제4항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이때문에 소액주주 연대측은 전자투표와 위임 등으로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율과 표를 끌어 모은다면 대주주와의 표 대결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조그룹에서는 김앤장 법무법인을 선임, 방어 채비를 마쳤다. 또 임시 주총에서도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하는 후보자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별도의 인물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 측은 회사 측이 2일 공시한 임시주총 안건 역시 소액주주측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내용들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한다.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 측은 "회사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내세운 안모 후보는 소액주주측 추천 후보가 아니며, 소액주주측이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울 심모 후보와 표 대결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공시에는 소액주주측 후보 약력이 누락돼 있는데 보완서류를 제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그외에도 전자투표제, 배당증가, 감사위원 선임, 주주재산 침해 합병금지 등의 주주제안 의안별로 표대결을 할 것"이라며 "일반 의안을 질 수 있어도 감사위원 선임만 승리하면 절반은 승리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