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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생보업 판도변화]자본적정성 대부분 우수? IFRS17·KICS 도입 '긴장'④우등생 삼성·교보, 뒤쳐진 한화…신제도 도입시 흔들릴 우려

김민영 기자공개 2021-11-04 07:43:20

[편집자주]

과거 고금리 시절, 생명보험사는 모기업에 현금을 공급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현재, 보험사들은 주어진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데 골치를 앓고 있다. 십 수년 간 유지돼 온 ‘빅3’ 중심의 경쟁 구도도 금융지주가 앞장선 M&A가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보험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회사들의 자본적정성은 전반적으로 우수하다. 2010년대부터 이어진 저금리 국면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위기에 빠진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곧 시행되면 현재 자본적정성이 안고 있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할 것 없이 자본적정성이 뛰어나긴 하지만 기존 제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부실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우려된다. 건전성 제도의 변화를 앞두고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해 보이는 생명보험사들이 더러 눈에 띈다.

◇우열 가리기 힘든 RBC비율…‘삼성생명’ 국내 톱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들의 지난 6월 말 기준 지급여력(Risk Based Capital·RBC)비율은 평균 252%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를 맞은 2013년 6월 말 269%에 비해 17%포인트 떨어졌지만 시장의 기대치인 200%를 상회했다.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누고 난 뒤 100(%)을 곱한 값으로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급여력기준금액은 보험위험액, 금리위험액, 신용위험액, 시장위험액 및 운영위험액을 각각 구한 후 특정 산식을 적용해서 산출한다.

RBC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가 위기 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도 돈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보험사의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보험업법으로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라고 규정하고 있고, 실질적으로는 보험사들에 150% 이상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장에선 200% 이상은 돼야 보험사의 RBC비율이 괜찮은 상황이라고 본다.

같은 기간 지급여력기준금액과 지급여력금액은 생보사들의 성장에 맞춰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6월 말 지급여력기준금액은 22조1640억원, 지급여력금액은 61조3421억원이었는데 지난 6월 말 금액은 각각 41조2653억원, 112조767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생보사 중엔 자산 규모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RBC비율 333%로 자본적정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보생명 285%, 신한생명 243%, NH농협생명 231%, DGB생명 228% 등 순을 기록했다.

‘빅3’ 중 한화생명은 RBC비율 202%로 시장 기대 수준인 200% 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또 RBC비율 100%대에 머물고 있는 생보사도 많았다. DB생명(161%), 흥국생명(171%), 하나생명(173%), KB생명(184%), KDB생명(187%) 등이 100%대 중후반을 기록했다.

외국계 생보사들의 RBC비율은 대체로 국내 보험사보다 높게 형성돼 있었다. 6월 말 기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425%로 RBC비율이 가장 높고, 푸르덴셜생명이 369%, 오렌지라이프가 366%로 뒤를 이었다. 라이나생명이 348%를, AIA생명이 278% 등을 기록했다. 외국계 생보사 중엔 ABL생명이 RBC비율 199%로 유일하게 200% 아래에 위치했다.

국내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외국계 생보사보다 영업을 공격적으로 해 보유보험료 증가에 따른 보험위험액이 증가하고, 운용자산 규모도 외국계에 비해 국내 보험사들이 커 신용위험액이 큰 측면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RBC비율이 변동하는 건 분모(지급여력준비금액)와 분자(지급여력금액)가 매분기 변화하기 때문이다.

분모에 해당하는 지급여력준비금액의 경우는 다양한 변동 요인이 있다. 보유보험료 변동에 따른 보험위험액 증감, 운용자산 증감에 따른 신용위험액 증감 및 제도 개선에 따른 기타위험액 증감 등이 영향을 끼친다.

분자인 지급여력금액의 경우 당기순이익과 후순위채권 발행 및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이뤄지는 경우 커지게 된다. 반대로 순손실이 나거나 대규모의 배당 등을 실시하면 자본을 갉아먹어 지급여력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채권 성격 분류는 ‘임시방편’…신제도 도입 전 자본확충 필수

아울러 몇몇 국내 생보사는 최근 몇 년 새 보유 중인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채권의 성격을 변경하면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가격이 떨어져 자본적정성이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반면 보유 채권의 가격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반영해 자산운용만 잘하면 당기순이익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건전성에는 부담이지만 수익성은 도움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인위적인 채권 분류로 자본적정성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한계 때문에 RBC 제도는 2022년을 끝으로 사라질 운명을 맞는다. 2023년 1월부터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시행된다. 새로운 제도는 보험사의 부채를 평가할 때 현재의 취득원가 기준을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의 성격 분류에 따라 건전성 지표가 크게 좌우되고 있어 RBC비율의 효용성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2023년 IFRS17가 도입되고 K-ICS가 시행되면 좀 더 정확한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생보사들이 새로운 자본 규제에 맞는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보사들은 만기가 길고, 규모가 큰 퇴직연금,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을 판매했는데 이런 보험상품을 시가로 평가하면 갑자기 부채가 대규모로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보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서거나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당분간은 보수적인 배당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줘 ‘하이브리드 본드’라고도 불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K-ICS 시행 전 양질의 자본확충을 통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이익의 내부유보 등 자본의 기초체력을 단련해야 한다”면서 “현금배당 등 자본유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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