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신사업' 곳간 여는 현대ENG, 순현금 2조 규모 KG ETS 인수전 다크호스…무차입 경영 10년, 상장 앞두고 투자 시동
고진영 기자공개 2021-11-19 07:54:21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7일 14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의 투자포인트 중 하나는 압도적 유동성이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다음으로 많은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재원의 활용처가 몸값을 결정지을 중대 변수로 꼽혔는데 KG ETS 환경에너지부문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본격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G ETS 환경에너지사업부와 신소재사업부 예비입찰은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태영그룹 컨소시엄, E&F프라이빗에쿼티(PE), 유진PE 등 6~7곳이 참여했다. 베팅 여력이 넉넉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참전 소식이 전해지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성자산은 1조9403억원에 이른다. 약 1조2000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금액이다. 전년 말(2조3073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2018년 2조원을 돌파한 이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사용이 제한된 금융상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담보 등으로 잡힌 13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빚 부담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4500억원 수준이었던 총차입금은 꾸준히 줄어 올 3분기 말 1412억원에 그쳤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을 계산하면 1조8000억원이다. 순현금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셈인데, 10대 건설사 중 이 정도 규모는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현대엔지니어링 뿐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현금 유입이 다소 빠듯했다. 9월 말 기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적자 전환하면서 마이너스(-) 2348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이 2432억원으로 작년 동기(1900억원)보다 28% 늘었지만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513억원을 기록한 탓이다. 여기에는 미청구공사 채권이 크게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청구공사대금은 시공사가 공사는 진행했으나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채권은 작년 말 4302억원이었지만 올해 3분기 말 8878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이중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금액이 7995억원이다.
현장별로 보면 인도네시아 RDMP 발릭파판 현장(3438억원)이 미청구공사 금액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778억 규모의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 현장이 뒤를 따랐다. 공사진행률은 각각 41%, 63%다.
다만 추후 돈을 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공정률이 많이 남아있는 데다 공사규모가 크다 보니 선투입을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며 “공사단계별 마일스톤이 아직 도래하지 않아 시점 차이로 발생한 것일뿐 악성 미청구채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기존의 플랜트 설계에서 건축 및 주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실적 안정성이 높은 계열매출을 확보한 덕분에 영업기반 역시 안정적이다. 9월 말 기준 계열 매출은 1조203억원으로 전체의 18.9%를 차지했다.
이처럼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대부분 내부에 유보해두면서 실질적 무차입 상태를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의 기업가치 산정(밸류에이션)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자산 가치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는 몸값 평가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별다른 신사업이 없다는 점이 그동안 옥에 티로 지목돼왔다. 쌓아둔 현금이 많다는 것은 반대로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몇년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동참이 늦은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태세를 전환해 신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날인 9월 19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환경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이번 인수전 참여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업인 건설에서 현금 사정은 수주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추가적인 플러스 요인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 기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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