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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생태계 망치는 '사다리 걷어차기'

조세훈 기자공개 2021-12-22 08:01:28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1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시장의 역사는 17년으로 짧지만 성장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0조원 넘는 누적약정액이 이를 증명한다. 시장이 성장하자 능력있는 인재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MBK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초창기 운용사를 동경해 창업을 결정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까지 총 900개 넘는 PEF가 생겨났다.

어느 시장이듯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은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중요하게 여긴다. 계급장 떼고 오직 실력으로 맞붙는 곳이다. 세계 1위 PEF인 블랙스톤을 설립한 스티븐 슈워츠먼도 초창기 변변한 일거리조차 없었으며 MIT 연기금 공제회와의 미팅 당시 바람을 맞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에서 유명 운영인력이었지만 이력이 '보증수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창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장을 믿고 PEF 시장으로 진입했다. 이런 역동성이 국내 PEF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풍성한 토양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최근 '성장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신생 운용사(GP)의 주 투자자인 개인, 일반법인 등이 기관투자자(LP)에서 제외됐다. 기존 LP는 이미 검증된 중대형 PEF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대형 PEF가 크레딧펀드 등을 새롭게 출시하며 소수 PEF에 대한 자금 쏠림현상도 강화되고 있다.

올해에는 신생 GP에 출자하는 것을 '특혜'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프로젝트펀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들어 딜을 포기하거나 공동투자(Co-GP)로 첫 투자를 하는 신생 GP가 늘어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실력을 입증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조기 탈락한 셈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PEF 생태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해야 건전한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신생 PEF의 딜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LP가 있다고 한다. 통상 우수한 투자 대상이 있을 때 창업을 결정하고 투자 후에는 기업가치제고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특성을 엿본 투자 전략이다. 이 LP는 PEF 평균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LP 관계자들은 "이제 신생PEF가 나타나기 어려워졌다"는 시장의 호소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루키리그 활성화, 프로젝트펀드 투자가 일정 정도 담보돼야 앞으로 지속가능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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