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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업 빌드업 리포트]로보스타의 LG 편입, '신의 한 수'일까 '패착'일까①캡티브 물량 증가에도 총매출 '마이너스 섬', LG와 경쟁관계 있는 기존 고객사 이탈 탓

박상희 기자공개 2022-02-07 07:58:21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과 ‘CES 2022’에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로봇을 앞세우면서 로봇기업 주가가 고공비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오롯이 로봇에만 집중하는 업체는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견·중소기업이다. 시장에서 로봇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은 로봇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거나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로봇 업체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어떻게 빌드업에 나설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의 한 수'로 알았는데 '패착'이었던 걸까. 2018년 LG전자에 인수된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의 실적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편입 이후 LG그룹 향 매출은 많이 증가했지만 삼성, 현대차, 한화그룹 등 대기업 계열의 고객군 이탈이 심각하다.

로보스타는 2019년 기준 이적재용 로봇 등 국내 중소형 산업(제조)용 로봇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캡티브(LG그룹 향) 물량이 증가했지만 기존 다른 고객사를 잃어버리면서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섬(minus sum)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의 로봇사업 진출이 산업용 시장을 겨냥할 경우 대기업의 산업용 로봇 수직계열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로보스타는 LG그룹 계열사 캡티브 물량만을 소화하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이병서 전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로보스타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적재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2018년 LG그룹 편입 이후 매출 감소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나 자동차, 반도체, IT(휴대폰 및 모바일) 등 다양한 산업 제조현장에서 사용되는 제조용(산업용) 로봇과 FPD(Flat Panel Display) 제조현장의 각종 초정밀 생산 및 검사 등 다양한 공정장비인 FPD 장비와 IT부품 제조장비등을 만드는 업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산업을 크게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시장으로 분류한다. 제조용 로봇은 다시 △이적재용 로봇 △용접용 로봇 △조립 분해용 로봇 △기타 제조용 로봇 등으로 구분된다. 로보스타는 바로 이적재용 로봇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출처: 로보스타 사업보고서

로봇산업협회가 발간하는 ‘2019년 로봇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적재용로봇 출하액 가운데 로보스타의 제조용 로봇 매출액 대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10.6%로 업계 1위다. 로보스타의 매출액 중 상당수가 이적재용 로봇 판매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분야에선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로보스타의 매출액은 LG전자에 편입된 2018년 이후 하락세가 현저하다. 인수되기 직전 해인 2017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으나 이듬해 2018년 1932억원으로 하락했다. 2019년 1772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은 130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액은 10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적재용로봇 등 제조용로봇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 뼈아프다. 로보스타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70%가량으로 회사 전체 실적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최대주주가 LG전자로 바뀐 이후 전체 매출 하락 속에서도 LG그룹 향 매출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LG그룹 향 매출액은 2018년 455억원, 2019년 554억원, 2020년 57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로보스타 국내 매출(내수) 가운데 LG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2.3%, 41.4%, 61%로 매년 증가했다.

◇삼성전자 등 고객 이탈 어부지리는 '휴림로봇'?

LG그룹 향 매출 비중이 LG그룹 편입 이후 3년 새 2배가량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로보스타 매출은 절반 가량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다른 고객사 향 매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는 대기업 편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역효과를 일으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업종별로 LG그룹 계열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존 고객사들이 점차 로보스타 발주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로보스타는 반도체, 2차전지, IT기기, 완성차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로봇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을 두루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출처: 로보스타 사업보고서

로보스타 수주 방법은 크게 사용처로부터의 직접 수주와 지사 및 특약점을 통한 간접 수주로 구분한다. AMOLED, LCD, 자동차, 모바일 부품,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주요 고객에 대한 수주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경우 고객으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거나 고객사의 장비전문업체를 통하여 주문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로봇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이 많이 호전됐다"면서 "로보스타의 실적이 하락할 외부적 요인이 딱히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고객 이탈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보스타 관계자는 "사업환경 변화나 니즈에 따라 고객사 발주 물량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고객사별 매출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보스타를 이탈한 고객사는 로보스타의 경쟁사로 알려진 휴림로봇, 엘피케이로보틱스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적재용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정밀 로봇은 아니다"면서 "대기업은 이적재용로봇을 주력으로 하지 않고 휴림로봇 등 중소기업 생산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로보스타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기존 강귀덕 대표이사가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고 이병서 전 두산로보틱스 대표를 CEO로 선임한 것도 고객이탈 현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회사를 인수한 후 PMI(인수 후 통합작업)를 위해 그룹 출신 인사를 CEO로 선임하지만 LG그룹 색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두산로보틱스 출신 대표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로보스타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에는 ‘사업 전문성’ 요소를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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