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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새틀짜기]4세 승계포기 약속, 이행관건은 '이사회 중심 경영'②오너경영 대체할 시스템 부재, 사외이사 독립·전문성 한계

원충희 기자공개 2022-02-04 13:09:16

[편집자주]

2020년 2월 5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김지형 위원장의 사임으로 1기를 종료한다. 2월부터 시작될 2기 준감위 앞에는 지배구조 새틀짜기와 컴플라이언스 한계 보완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았다. 신거버넌스를 고민 중인 삼성그룹을 향한 다양한 제언과 각종 방안의 실효성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공개적으로 '4세 경영'은 없다고 천명한 것은 준법감시위원회 1기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안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경영승계 포기에 대한 이행 방안과 더불어 기존 오너경영 체제를 대체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앞서 2017년 2월 3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총수를 제외하고는 구심점이 사라졌다. 이후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가 만들어졌으나 전자계열사 등에만 한정됐다. 이때 대안으로 나온 게 계열사별 자율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이다.

오너경영이 이 부회장 대에 끝난다면 향후 삼성은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영위해야 한다. 즉 이 부회장 대에 이사회 중심 경영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사외이사제도 실패, '이사회 중심 경영' 뿌리내리지 못해

1기 준감위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경영승계 포기 등의 성과를 냈다. 다만 2년의 짧은 활동기간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2기 위원회의 숙제로 남았다. 2기 준감위에게 남겨진 과제 중 하나가 4세 경영승계 포기에 대한 이행방안이다.


이는 기존 오너경영을 대체하는 새로운 체계를 당대에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 사례를 보면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가장 일반적인 대안이다. 문제는 재벌기업 위주로 구성된 국내 재계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준감위가 지난 18일 개최한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나온 패널들 상당수는 국내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실패 배경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사회 제도를 꼽았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성부 KCGI 대표는 "이사회는 지배주주에 종속돼 실질적 경영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독립적인 기능이 전무하다"며 "국내 사외이사 제도는 지금까지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패한 제도"라고 말했다.

핵심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한계다. 발표자로 나선 박경서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AICG) 교수에 따르면 국내 사외이사는 법적 요건을 충족해 외형적으로는 독립적이나 사외이사후보 추천을 회사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있지만 롱리스트(이사후보군 명단)를 회사가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임을 앞둔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또 회사경영에 필요한 재무, 회계, 법률, 인사관리 등의 전문가 비중이 늘고 있으나 직접 기업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는 관료, 법조인, 세무전문가, 교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다. 삼성전자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있어 다소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삼성SDI·전기·SDS 등 다른 계열사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자녀 승계포기, 선언만 있고 이행방안은 없다

사외이사 등에게 법적 책임성이 낮은 점도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법적으로 선관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적으며 주주소송 등에 있어 사외이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경우도 드물다.

이러다보니 이사회 운영은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에게는 안건 의결에 필요한 매우 제한된 정보만 제공될 뿐이다. 결국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실패로 이어진다.

삼성 역시 이 같은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 준감위가 이 부회장에서 4세 승계포기 선언을 권고한 것은 삼성을 둘러싼 대부분의 준법이슈가 승계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법문제의 근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강수였다.


문제는 기존 오너경영 체제를 대체할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안착되지 못할 경우 나중에는 이 부회장이 4세 경영승계 포기발언을 물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총수의 선언만 있고 승계포기를 실행할 방안이 없다. 2기 준감위에게 자녀 경영승계 포기에 대한 이행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맡긴 컨설팅 용역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경쟁법센터장)는 2기 준법위의 주요 과제를 두고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면 현 상태가 비효율적인지,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비윤리적인가에 대한 답을 내야 할 것"이라며 "총수의 책임경영 강화, 4세 승계 포기 선언의 이행 등도 2기 준법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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