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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제도 '수술대' 오른다...정치권도 '관심집중' [1경5000조의 비밀]④기관참여 자격제한, 불성실 수요예측 제재강화…대선후보, 강도 높은 규제 개선 예고

최석철 기자공개 2022-02-21 13:36:37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기관의 허수 주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운용 자산을 훌쩍 넘는 주문을 넣는 기관의 행태가 정당한 수요예측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관의 욕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긴 어렵다. 그동안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를 독려해온 제도적 허점 역시 주된 배경이다. 이에 국내 IPO시장의 수요예측 제도 현황과 배경, 그에 따른 허와 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촉발된 기관 수요예측 ‘허수 주문’ 논란으로 제도 손질이 진행되고 있다. ‘허수 주문’이 새롭게 등장한 이슈가 아닌 만큼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핵심 포인트를 짚어 공모가 신청의 기초가 되는 수요예측 교란 행위 근절에 나섰다.

위탁자산이 아닌 고유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IPO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투자일임회사에 칼끝이 겨눠졌다. 이를 위해 투자자문사의 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강화하고 불성실 수요예측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추후 다시 한번 수요예측 제도에 변화가 생길 이벤트도 대기 중이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개미투자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날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금투협, 2월 규정 개정안 실시 예정...투자일임회사의 고유재산 수요예측 참여 제한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IPO시장 과열에 따라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요예측 편법적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기관 수요예측에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연기금이 시장의 3대 축으로 꼽힌다. 이중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경우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비교적 강도 높게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투자자문사의 경우 대부분 이렇다 할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없어 ‘허수 주문’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지난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서도 자본금 50억원의 투자자문사가 7조원이 넘는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주요 규제 대상으로 고객 자산이 아닌 회사의 고유재산으로 투자를 하는 투자일임회사로 잡았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 속에 고유재산의 IPO 수요예측 참여가 주된 목적인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이 급증했다”며 “투자일임회사의 수요예측 참여 요건 강화 등을 통해 IPO가 투자일임회사의 고유재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앞으로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이 지나고 투자일임 규모가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투자일임회사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아울러 투자일임재산 증빙서류 등을 증명할 수 있는 확약서와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한다.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한 집합투자회사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위탁자산에 대해서는 이전과 동일하게 그대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투자자인 경우 해당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대용증권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기존에도 해당 주식의 처분은 금지됐지만 최근 의무보유 확약을 통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우회해 현금화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에게는 더욱 강한 제재를 가한다. 불성실 수요예측이란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실제 청약은 하지 않거나 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수요예측에서 허위 정보를 제출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최대 1년간 수요예측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가 일반투자자를 대신해 공모주를 확보한 뒤 넘기는 공모주 대리 청약의 경우에는 횟수에 따라 최대 3년까지도 수요예측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기존에는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에 불성실하게 참여했더라도 펀드 가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기보단 제재금만 부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재금을 부과했더라도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일임회사에 대해서는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위탁자산의 경우에는 이전과 동일하게 제재금을 부과했을 때에는 수요예측 참여제한을 면제해준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5일부터 적용되며 투자일임회사의 수요예측 참여요건 강화 규정은 오는 4월 증권신고서 제출분부터 적용된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일까지 업계 의견을 들었다.

◇이재명 "수요 조작도 주가 조작"...순자산가치 대비 일정비율만 청약 허용

추가로 수요예측 제도에 대한 규제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으로 ‘허수 주문’ 논란이 불거지자 각 대선캠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선거 결과를 떠나 차기 정권에서 다시 한번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요 조작도 주가 조작의 일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기관투자자(외국인 포함) 의무보호확약 강화 △수요예측 허수청약에 대한 시장질서 교란 방지 △특정집단에 의한 사모펀드 반칙 운용 방지 등 큰틀의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도 ‘허수 주문’을 놓고 수요예측 제도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내놓은 개선안이 IB업계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도 추후 제도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투자일임회사가 부쩍 늘어나면서 ‘허수 주문’이 더욱 부각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기관투자자의 ‘허수 주문’은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될 때마다 불거졌던 이슈다. 물론 이번 개정으로 고유자산을 증식시키는 행위는 줄어들 수 있지만 물량 자체에 욕심내는 기관투자자를 걸러내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자기자본 또는 순자산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만 청약하도록 하는 제한을 두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공모운용사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순자산가치의 10%를 넘는 단일 공모주를 받을 수 없다. 이런 방식을 전체 기관투자자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규제 경계...일벌백계 논의 필요

다만 최근 IPO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자칫 보여주기식 과도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에는 자칫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주범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시장 관계자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이유다.

기관투자자 증거금 제도 부활이 대표적이다. 해외 IPO시장에는 없는 기관 증거금이 다시 부활할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내 IPO시장에 해외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흐름에 역행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리스크 관리 역량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형평성이라는 가치 아래 동일한 규제를 가하는 것 역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신규 투자일임회사라고 해서 올바른 수요예측 참여자가 아니라고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금융투자협회가 개정안을 내놓은 뒤 주관사와 기관투자자가 볼멘소리를 낸 이유다. 신생 회사로선 사실상 2년간 수요예측 참여가 제한되는 제재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참여 통로는 열어두되 불성실 수요예측이 적발됐을 경우 엄벌에 처하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현재 부과되는 제재금은 수요예측 참여를 통한 기대 수익보다 낮은 수준이 대부분이다. 위반 행위의 수준과 횟수가 반복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허수 주문'이 반복되는 이유다.

제재금 규모를 키우고 반복되는 불성실 수요예측의 경우 가중처벌 조항을 만들어 엄단하는 방안도 고려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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