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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있는 회사' KT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2-03-07 13:33:33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2002년 민영화가 이뤄졌고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12.6%)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주인이 없다는 의미를 곡해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너도나도 주인 행세를 하곤 했다. 20대 대선을 코앞에 둔 요즘 KT에 뜻하지 않은 바람이 불어닥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

2년 전 KT는 내부 출신 구현모 대표를 선임하며 변화를 택했다. CEO 직위를 회장에서 사장으로 격하하고 연봉도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삭감했다. 외풍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절실한 의지였다. 그가 취임 직후 혁신 전담 조직을 출범하면서 임직원에게 한 말도 일맥상통한다. "KT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2년간 구 대표를 중심으로 KT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탈통신' 의지가 유독 강했다. 통신사(Telco)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로 정체성을 바꾸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쩌면 통신업이라는 '규제산업'이 공공성을 빌미로 지배구조에 개입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미 단순 통신사로 치부하기엔 '부업'의 비중이 너무 커졌다. 전체 매출에서 B2B, 디지털 플랫폼 관련 사업이 40%를 차지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미국 빅테크가 떠오를 법한 사업들이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 대표가 MWC 2022 행사 기자 간담회 말미에 "KT를 코리아 '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 '테크놀로지' 혹은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봐주기 바란다"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니다.

물론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판교에 위치한 ICT 기업들처럼 단숨에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전환에 집중하는 동안 통신장애로 불편을 초래하면서 하던 일이나 잘 하라는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선된 점이 눈에 더 잘 띄었다. 다음 달 출범을 앞둔 KT클라우드가 KT에서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한 직후 상장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많은 걸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달 열릴 KT 주주총회에서는 자회사 현물배당에 대한 근거도 마련해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를 이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도 기존 KT 주주를 보호하는 묘수다.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증권가로부터 기업분할의 우수 사례라는 호평도 잇따랐다.

KT가 시장의 품에 안긴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KT의 주인을 엄밀히 따져보면 구 대표 말마따나 임직원이기도 하고 회사의 성장을 응원하는 주주이기도 하다. 이제야 비로소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달라진 KT에 걸맞게 CEO에 대한 평가도 철저히 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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