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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성장 이끄는 두 기둥 '8인치 호황·SiC' [테크기업 밸류 분석]8인치 리스크 삼킬 SiC 신사업, 10년 후 미래 이끌 동력

김혜란 기자공개 2022-03-14 07:23:04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8일 14: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년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의 키워드를 꼽을 때 8인치(200㎜)를 빼놓을 수 없다. 레거시(구형) 취급받던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반 반도체가 귀해지면서 8인치 파운드리 몸값도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8인치 파운드리 DB하이텍 역시 부흥기를 맞았다. 호황기에 기업가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DB하이텍의 성장은 숫자가 잘 보여준다. 지난해 시가총액 3조원 시대를 연 데다 순현금 약 1842억원(작년 9월 말 기준)을 쌓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탄탄해졌다.

만성적자, 막대한 차입규모 탓에 그룹의 미운오리로 불렸던 DB하이텍이 파운드리 진출 20여 년 만에 캐시카우로 확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8인치는 구형이라 언젠가는 12인치(300㎜)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웨이퍼 기술로드맵은 15인치(450㎜)까지 나와 있다. 10년 후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는 최근 DB하이텍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로 훌쩍 올렸다. 장단기 성장 모멘텀을 다 장착한 덕에 지속적인 기업가치 레벨업이 가능하단 전망에서다.

◇달라진 현금창출력, 10년 만에 시총 3천억→3조원대로 껑충

DB하이텍은 초미세공정으로 생산할 필요가 없는 PMIC(전력반도체),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 등을 8인치 웨이퍼로 위탁 생산해주는 기업이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LX세미콘을 포함해 40여 곳 넘는 국내·외 고객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연금공단(13.09%)과 외국인 주주(23%대)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대주주인 (주)DB Inc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7.4%다. 외국인 주주가 많으면 리스크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해외에서도 회사의 가치와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DB하이텍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9.8%(1조2147억원), 66.8%(3991억원) 늘었다.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는 2020년 처음 3000억원대(3515억원)를 돌파했다. 아직 재무제표가 나오지 않았으나 작년 에비타는 5000억원 수준, 2023년엔 1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할 것이란 게 주요 증권사의 분석이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작년 3조원대로 오른 뒤 유지 중이다. 10년 전인 2012년 초 시총은 3311억원에 불과했다. 주가는 2020년 호황기 전후 급등한 뒤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나가고 있다.

파운드리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요인은 판매가격 상승, 증설, 가동률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있는데, DB하이텍의 경우 지난해 판가상승과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9년 4차산업 개화로 시스템 반도체가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8인치 반도체 기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펼쳐지자 위탁생산가격이 상승했다. DB하이텍의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0.13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고급제품의 가격은 5563달러로 2020년(1500달러)보다 3.7배 뛰었다.

◇12인치 아닌 8인치라 저평가? 호황은 계속된다

8인치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지금 밸류가 정점일까? 증권사들의 전망은 다르다. 대체로 12인치로의 전환에 미온적이란 이유로 이익창출력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또 현재 준비 중인 신사업이 몇 년 후 궤도에 오르면 회사의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이 돼 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6만원대인 DB하이텍의 주가가 12만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신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1% 올린 10만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내년에도 판가상승으로 인한 이익 확대가 가능하다고 점치기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종업종에서 대만 유엠씨(UMC)와 중국 에스엠아이씨(SMIC)가 판가 인상 가능성을 얘기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12인치 대규모 증설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여러 가지 외생 변수에 맞서서 이익 창출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주가 흐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2인치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데, 이제 막 기존 투자분을 거둬들이는 DB하이텍이 또 10년 이상 고생할 걸 각오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는 모든 8인치 파운드리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론 SiC 사업이 성장 모멘텀

시장 일각에서 끝물인 8인치에만 주력하는 DB하이텍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DB하이텍은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로 답했다. 일각에서 해외 웨이퍼 회사와 손잡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으나 회사 측은 "아직은 탐색 개발 단계"라고 설명했다.

GaN,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대비 고전압, 고전류, 고온에서 동작이 가능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꼽힌다. 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메이저 미국 크리(Cree)와 투식스(II-VI), 일본 롬(ROMH) 등은 6인치 웨이퍼를 생산 중인데, 2024년에 8인치로 전환한단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8인치 화합물 반도체 시장이 열리기까지 2년 정도 남았단 얘기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B하이텍도 2020년 하반기부터 8인치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해 2024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DB의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B하이텍 입장에선 향후 몇 년 간 호황이 이어질 기존 Si 기반 파운드리에서 돈을 벌고, 그 기간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차근차근 사업체질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SiC 반도체 시장은 이제 초기라 진출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DB하이텍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에 매우 절묘한 타이밍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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