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4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해 전부터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투자처는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투자 성공사례도 꽤 된다. 스타트업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곳들도 상당수다. 유니콘에 투자한 VC는 '잭팟'과 함께 '선구안'이 우수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물론 모든 투자가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예상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워낙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다보니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대박 혹은 중박 정도의 투자기업이 있다면 포트폴리오 효과 덕분에 몇몇 실패한 투자가 있더라도 크게 티가 나지 않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아닌 펀드를 소진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투자심의를 위해 보고서를 만드는데,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고 회사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붙여넣기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의무투자 비율이 그것이다.
의무투자 비율은 LP와 GP간의 약속이다. 연차별로 투자비율이 정해지곤 한다. 정해진 기한 안에 반드시 소진해야 한다. 최근 시장에 정책자금을 필두로 막대한 자금이 쏟아졌다. 우후죽순 신규 펀드는 생겨나고, 드라이파우더는 쌓인다. 그만큼 일정 기간안에 소진해야 하는 금액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자금이 일시에 몰리는 일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과잉 경쟁을 부추기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패한 투자로 남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오버밸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에선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시황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여의도(증권사)'에서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증시가 나빠지면서 '여의도'에서 보수적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에 물음표가 달렸다. 자연스레 '테헤란로(VC)'와 온도차가 나기 시작했다. 여의도의 이 같은 온도변화는 스타트업에겐 악재나 다름없다. 통상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기업공개(IPO)가 활용되곤 하는데, 이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칫 고점에 투자한 꼴이 될 수도 있다.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 지점이 의무투자 비율 제도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최소한 일시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오버밸류에서 비롯된 여의도와 테헤란로 간의 시각차도 자연스레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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