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7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임기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4월 조선업계 연례 행사인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로 했으나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다른 일정과 겹쳤다”고 해명했으나 ‘알박기 인사’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 불발과 재매각 추진, 올해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업계의 과제 등박 사장이 업계 CEO들과 논의했어야 할 현안이나 언론을 통해 풀어냈어야 할 질문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었든 데뷔무대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했다.
뒤이어 2022년 1분기 성적표가 날아들었다. 전년 동기보다 120% 늘어난 4701억원의 영업손실, 3개월만에 144%포인트가 올라 523%에 이른 부채비율. 아직 국내 조선업계는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적자 원가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힘든 시기에 정상화를 향한 키를 잡았다.
박 사장의 최대 과제는 재매각 추진일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과제 해결은 요원하다. 임기 시작부터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러시아 선박 계약해지 리스크와 하청 노조의 도크 점거 파업 등 부정적 이슈가 더해졌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리더십, 실적 부진, 재무 위기, 불안한 잔고, 도크 운용난.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박 사장은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그러나 실질적 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직 없다. 상징적 메시지일 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메시지 만으로도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직영 노조는 박 사장이 선임 초기 알박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때부터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조선해양을 흔들지 말라”며 지지를 표명해왔다.
전 정권 관련한 인선 논란을 떼 놓고 보면 박 사장은 사업본부장-조선소장의 ‘정석’ 루트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된 현장 전문가다. 도크에서 배를 만들어 파는 것이 전부인 산업이다. 현장과의 스킨십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며 박 사장은 여기에 강점이 있다.
게다가 지난해 선박 발주시장이 호황 사이클에 들어서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3년치를 웃도는 일감을 확보했다. 선박 발주 급증기에 수주한 선박들인 만큼 선가는 충분히 높다. 이 물량들의 작업이 본격화하는 내년이면 흑자를 내고 재무 위기의 원인인 결손금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차피 재매각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박 사장에게는 재매각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을 재정비하고 매물 매력을 높일 시간이 충분히 있다. 임기 첫 해에 닥친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철저한 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에서 내일 해는 반드시 뜬다. 그리고 원래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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