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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IPO]삼수 도전도 실패…아람코 프리IPO가 짐됐나밸류 하단 8조로 정해진 딜, 가격 메리트 형성 불가능

강철 기자공개 2022-07-25 07:56:5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의 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현재 시황에서는 기업가치 마지노선으로 잡은 8조원을 확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3년 전 아람코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라운드에서 8조원 밸류를 산정한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고 보고 있다. 당초 8조원 이하로는 성사되지 않는 딜이었기에 상장을 강행했다면 가격에 대한 투자자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난관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OIL 주가 급락 직격탄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 철회를 공식 결정했다. 6월 29일 예비심사 승인 이후 약 3주간의 심사숙고를 거친 끝에 업황이 지금보다 좋아진 시점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2년과 2018년에 이은 세 번째 IPO 도전도 결국 무위로 끝났다.

현대오일뱅크 경영진은 현재 시장 분위기에서 당초 계획한 기업가치를 확정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일한 국내 피어그룹(peer group)이라 할 수 있는 S-OIL의 주가가 최근 한달 사이 30% 가까이 급락한 점은 IPO 추진 동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주관사단과 별도 논의를 거치지 않고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장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어떠한 방법을 써도 원하는 수준의 밸류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주관사단은 8조원을 밸류 하단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IPO를 진행했다. 8조원은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4347억원을 연환산한 값에 S-OIL 주가수익비율(PER) 5~6배를 적용한 값과 대략 일치한다. 같은 기간 S-OIL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에 현대오일뱅크의 자본총액 5조7600억원을 곱한 밸류도 8~9조원이다.

하지만 밸류 산정의 실질 지표로 쓰일 S-OIL의 '최근 1개월 주가'가 급락하면서 마지노선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S-OIL의 최근 주가를 토대로 계산한 추정 PER은 약 3.5배다. 이 추정치에 올해 1분기 연환산 순이익 1조7400억원을 곱한 예상 밸류는 약 6조원이다. 할인율을 20%만 적용해도 5조원 밑으로 떨어진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예비심사 승인 시점까지 조절하며 원하는 밸류를 확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최근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위기 관리를 주문했는데 이게 상장 철회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가격 메리트 제시 불가능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주요 주주로 맞았다. 아람코는 당시 1조3750억원을 투자해 HD현대가 가지고 있던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HD현대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2대주주에 올랐다.

HD현대와 아람코는 3년 전 매매가를 주당 3만3000원으로 계산했다. 이는 당시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던 시세와 비슷했다. 거래 단가를 3만3000원으로 확정한 결과 약 8조원의 프리-IPO 밸류가 만들어졌다.

시장은 현대오일뱅크가 밸류 마지노선을 8조원으로 정한 실질적인 이유가 이 프리-IPO 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에 대해 아람코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아무리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프리-IPO 밸류와 유사한 가격을 산정해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프리-IPO가 상장 완수 관점에서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관련해서 8조원이라는 마지노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일부 공모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IPO를 강행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사이즈가 크고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지금 시황에서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투심을 자극해야 한다"며 "현대오일뱅크처럼 사실상 가격 하단이 정해진 딜은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론이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시점을 앞당겨 지난해 공모에 나섰다면 어렵지 않게 상장을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 유가가 오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점을 조율한 것 같은데 이게 오히려 패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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