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에코프로 양극재 생태계, 대기업 계열보다 앞섰다"김병훈 대표 "2022년 55만톤 로드맵 순항…매출·투자규모 우상향 가능성"
박상희 기자공개 2022-08-04 09:00:14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6년 55만톤(t)으로 설정한 생산능력(CAPA) 로드맵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실적이나 투자 계획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증가하거나 확대되는 쪽으로 수정될 수도 있다. 양극재 시장에서 포스코그룹 등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지만 에코프로가 기술력이나 캐파 측면에서 앞서갈 것이라고 본다. 업스트림 기술 측면에서 우리가 선점한 부분도 있고, 리사이클링 공정도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김병훈 에코프로 대표(사장·사진)는 에코프로그룹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말 합류해 꼭 20년째 되는 올해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 CEO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충북 오송에 위치한 에코프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최근 회사의 괄목할만한 눈부신 성장이 마치 꿈같다"면서도 "에코프로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3년 일본 소니 뚫은 게 터닝 포인트…기술력의 승리"
김 대표는 불과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2차전지 시장에 집중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성장세가 이처럼 폭발적일 줄은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에코프로에서 2차전지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설립됐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3월5일 코스닥시장에 공모가 4만8000원으로 입성한 지 만 3년도 안돼 시총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공모가 대비 9배 넘게 올랐다. 현재 코스닥시장 1등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가 양극재 1위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에코프로의 터닝 포인트로 꼽은 순간은 2013년 일본의 소니와 첫 계약이다.
"지금은 배터리사업을 무라타제작소에 넘겼지만, 2차전지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업이 바로 소니다. 몇 년에 걸친 기술 평가를 거쳐 2013년 마침내 소니와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소니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니까 국내 굴지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에서도 수주 문의가 이어졌다. 기술력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국내 양극재 1위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경쟁사로는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이 꼽힌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 엘앤에프는 GS그룹의 방계인 새로닉스그룹 계열사다. 대기업 계열사와 경쟁해야 한다.
"대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하다. 특히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광석 등의 분야에서 경험이 많아서 2차전지 원료 수급적인 측면에서 앞설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다만 우리도 원활한 원료 수급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합자 설립을 위한 검토도 진작부터 해왔다. 양극재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 각종 금속 원료를 리사이클 하는 과정에서 중간재를 만드는 업사이클 공정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에코프로그룹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공정을 갖추고 있다."
양극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원재료 내재화와 리사이클이 꼽힌다. 국내에서 이 두 가지 모두를 계열사를 통해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업체로는 단연 에코프로그룹이 꼽힌다.
김 대표가 자신하는 건 기술력만이 아닌 규모의 경제다. 캐파 측면에서도 계속해서 경쟁사 대비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2026년 기준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생산 캐파 목표는 총 55만톤이다.
이를 위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진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은 헝가리로 낙점해서 토지를 확보했고, 공장 세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설계도 거의 끝나 있는 상태다. 지질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말 착공해서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북미 생산거점의 경우 미국 포드가 캐나다에 확보해 놓은 부지에 공장을 설립할 것 같다. 유럽보다 1년 늦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캐파는 북미와 유럽이 각각 10만톤, 18만톤이다."
◇"2026년 에코프로 영업이익률 15% 목표…운전자본 예의주시"
김 대표는 전형적인 관리자형 CEO다. 원체 숫자에 밝다. 에코프로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외길만 걸었다.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키우는 것에도 중점을 둔다.
“국내 제조기업 영업이익률이 5%가 안 된다. 이자 내고 남는 게 없는데 기업이 그래선 안 된다. 시장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익률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에코프로그룹의 2차전지 사업 관련 생태계가 온전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15%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에코프로는 적어도 영업이익률을 7% 이상 내는 것을 경영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5년 뒤 영업이익률 목표는 15%”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중요하게 보는 경영 지표로 운전자본을 꼽았다. 양극재가 성장기에 있는 산업이고 장치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부채비율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갔다. 에코프로의 올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125.2%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에코프로가 신경 쓰는 부분은 운전자본이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재고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담보한다. 특히 재고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망 대란 발생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선행 구매에 나섰다. 재고가 일시적으로 확 높아지니까 자금이 잠기더라. 재무 효율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밝힌 5년간 7조원 투자 단행 계획에는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다만 향후 우상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매년 향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미세 조정(튜닝)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객사 요구사항이 달라지고, 예측하는 대내외 환경이 바뀌니까 어쩔 수 없다. 긍정적인 부분은 매출과 투자 규모가 중장기 사업계획을 조정할 때마다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 앞으로 5년 간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향후 8조원이 될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과 같은 동향(포항) 출신으로, 사석에선 이 회장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경북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을 거친 경영·투자 전문가다. 동부증권 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 회장과 저녁에 소주 한잔 기울이다가 에코프로 합류를 결심했다. 사업 초창기부터 이 회장과 함께 양극재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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