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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점검]'배임 논리'의 덫…HMM, 대우조선해양 전철 밟나⑨높아진 HMM 몸값…산은 CB·BW 전환권 행사시 원매자 찾기도 부담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26 07:08:13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4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또다른 숙제는 HMM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에서 HMM의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미 대량의 주식을 보유한 산은이 CB와 BW를 전환하면 지분율 76%를 넘어서게 된다. 보유 주식 매각가가 단순 계산해 5조원 대에서 8조원 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산은의 HMM 주식 전환권 행사 여부를 놓고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절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시장에선 원매자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 호황으로 HMM의 몸값이 높아진 지금이 민영화 적기지만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주장했던 ‘배임’ 논리에 갇힌다면 매각이 요원해질 수 있다. 높아진 몸값에 원매자 찾기는 더 어렵다.

◇HMM 민영화 적기 맞았지만…업권 내 빅딜 가능성 낮아

산은의 HMM 구조조정은 다른 대기업 구조조정과 결이 다르다.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빅딜 형태의 통폐합을 택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대기업이 있고, 그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보다 규모도 크고 경쟁력도 더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인수 여력이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HMM은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다. 국내 컨테이너선사 가운데 원양에서 활약하는 선사는 HMM 외에 SM상선이 유일하다. 과거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M&A)해 출범한 SM상선은 미주와 유럽 등 원양에서 정기선을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HMM의 경쟁상대라고 하기엔 체급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시야를 넓혀 보면 장금상선, 고려해운 등 내실이 탄탄한 연근해 컨테이너선사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해운조합을 중심으로 국내 해운산업을 견인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HMM 인수를 통해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하려는 의지도 있다. 다만 회사 규모 및 자금력 면에서 HMM을 인수하기엔 부족하다.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해운업으로 함께 묶이지만 사업방식이 전혀 다르다. 컨테이너선사처럼 정기선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주로 석탄 등 원자재 위주 계약 화물을 실어나르는 전용선 사업을 펼치거나 부정기선을 띄우는 것이 주력 사업모델이다.

결론적으로 산은이 HMM을 빅딜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업권 내 빅딜 상대를 찾자면 SM상선이 거의 유일하지만 자금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HMM 민영화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잠재 원매자 그룹으로 지명됐던 곳들은 모두 대기업집단이었다.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등 HMM 인수 자금이 넉넉하고 사업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대기업에 HMM을 매각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출구전략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해당 기업집단 모두 HMM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2021년 6월 HMM 주식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CB·BW 전환하면 매각가 9조 넘어…원매자 물색 난항

HMM 매각은 업권 내 빅딜로 풀기도, 대기업집단에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할 원매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으로 몸값만 높아졌다. 여기에 산은 및 해양진흥공사 등 정부가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 전환도 예정돼 있어 매각엔 더 큰 난관이 예상된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6월 14일 산은이 보유 중인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익기회가 있는데 그걸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표 이전에도 이 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배임 논리를 이슈화 시켰다. 이 전 회장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CB와 BW 방식으로 자금 공급→구조조정 회사의 정상화→부가가치의 재회수'라는 골자다.

표면적으로 이 전 회장의 논리는 타당하다. 국고를 투입해 부실화된 회사를 살린 만큼 정상화 이후 채권 회수를 통해 산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러한 배임 논리 때문에 HMM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인 민영화가 성사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MM 주가가 높아진 지금이 산은의 이익을 극대화 할수 있는 적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오히려 배임 논리에 갇혀 CB와 BW 주직전환에 매몰되면 원매자를 찾지 못해 민영화도, 채권 회수도 어려운 악수가 될 수 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율은 올 6월 말 기준 45.67%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가치는 약 4조9242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HMM 인수에 최소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단 의미다.

이외에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 물량은 2조6800억원에 달한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모든 CB와 BW 물량을 전부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현재 45.67%인 산은 등 정부 지분율은 76%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5조원 선으로 평가된 HMM의 인수가가 최소 8조원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9조원대로 매각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자금 조달 등 측면에서 원매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HMM을 글로벌 사모펀드나 해외 기업에 매각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HMM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국외 매각은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기업에 매각해야 하는데 몸값이 9조원으로 불어나면 원매자들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원매자를 찾아도 실제 매각 완료까지 과정도 쉽지 않다. 거래 규모가 큰 만큼 인수계약 체결 뒤 딜(Deal)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2008년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한화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결국 포기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난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매각 예정가는 6조5000억원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HMM에 제공한 CB와 BW 등은 대부분 차입금 상환이나 선박 및 컨테이너 등 확보를 위한 자금이었고, 이러한 선제적 지원으로 HMM이 조기에 경영 정상화가 가능했다"라며 "기업 정상화로 인해 생긴 부가가치를 산은이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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