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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원가율 84%' 이유있는 짠물경영 [라면 빅4 경영분석]취급 품목 많고 상품매입 비중 높아, 수익성 확보 방안 '허리띠 졸라매기'

이우찬 기자공개 2022-09-15 07:42:36

[편집자주]

인구 절벽으로 국내 식품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가운데 라면시장도 양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라면사업 외길을 걸어온 주요기업들은 저마다 살길을 모색 중이다. 사업을 다변화하고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사업 현황과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뚜기는 라면 빅4 중 가장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라면, 소스, 유지, 건조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매입해 취급하는 만큼 매출원가 부담에도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판관비(판매비·관리비) 절감 기조의 '짠물 경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출원가율 80% 상회, 상품 매입 비중 높은 사업구조 기인

오뚜기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매출원가는 각각 2조7390억원, 2조2975억원이다.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은 83.9%에 이른다. 예컨데 10억원의 매출 중 8억4000만원이 제품·상품 등의 매입원가, 제조원가라는 뜻이다. 2019, 2020년에도 이 비율은 각각 82.7%, 82.2%였다.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각각 69.3%, 73.4%다. 식품업계에서 매출원가율 80%를 상회하는 것은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SPC삼립의 매출원가율이 84.0%로 높지만 별도 재무제표 기준 이 비율은 74.8%로 낮다. 오뚜기는 별도 재무제표로 봐도 80.0%를 웃돈다.

높은 매출원가율은 오뚜기의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와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 사업은 라면, 소스, 유지, 건조식품, 기타로 나뉜다. 카레, 3분류, 케챂, 소스, 마요네스, 드레싱, 식초, 잼, 물엿, 냉동식품 등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하다. 라면 매출 비중이 각각 80%, 95%에 육박하는 농심, 삼양식품과 대조적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두, 설탕, 주정, 물엿, 팜유 등 다양한 원재료 부담 때문에 매출원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외에도 다른 제품 비중이 많아서 매출원가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뚜기의 사업 구조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종속기업으로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에스에프(수산물 가공·판매), 오뚜기제유(식물성 유지 제조), 상미식품(조미료) 등을 두고 있다.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에스에프, 상미식품 등에서 상품을 매입한 오뚜기가 B2C, B2B 채널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다. 지난해 오뚜기는 별도기준 매출 2조4145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원재료, 상품 매입에 쓴 비용은 1조8323억원에 이른다. 통상 상품 매입을 많이 하는 기업은 매출원가율이 높다.


◇인건비 등 판관비 관리 '수익성 방어'

매출원가율이 높으면 수익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뚜기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1%다. 최근 5년(2017~2021) 영업이익률은 6%를 상회하며 7%를 웃돌기도 했다. 3~4%인 농심의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농심이 수익성 악화로 최근 2년 연속 라면 가격을 인상했으나 오뚜기는 아직 가격 인상 카드를 쓰지 않았다.

오뚜기는 사업 구조 탓에 매출원가율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 태생적인 약점을 지녔지만 이를 짠물 경영으로 만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판관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전략이다. 오뚜기의 판관비율은 10% 수준으로 업계에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 농심(26.7%), 삼양식품(16.4%)보다 낮다. 주요 식품기업의 판관비율을 보면 대상㈜(21.0%), CJ제일제당(16.2%), 동원F&B(19.1%) 등 20% 안팎이다.

판관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계정은 인건비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오뚜기가 농심보다 근소하게 많지만 급여 수준은 오뚜기가 낮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의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는 4300여만원으로 농심보다 800만원가량 적다. 오뚜기의 1인당 평균 급여는 매출 규모가 24%에 불과한 삼양식품과 유사하다.

오너 보수도 오뚜기가 가장 짜다. 지난해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매출 규모 24%인 삼양식품은 김정수 부회장 보수로 10억원을 책정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작년 보수는 14억원이었다.

미등기임원 급여 총액도 오뚜기는 15억원으로 농심(73억원), 삼양식품(22억원)보다 적다. 오뚜기의 미등기임원이 6명으로 농심(28명), 삼양식품(18명)보다 적기 때문이다.

매출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오뚜기가 가장 작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각각 4.8%, 2.4%지만 오뚜기는 1.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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