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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비스마야', 지정학적 리스크에 못 이룬 꿈 [다시 뜨는 중동 허와 실]국내 해외계약액 1위 달성 원동력, 공사대금 지연에 계약해지 수순

전기룡 기자공개 2022-10-13 07:30:32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1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한화건설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다. 한때 사막 위의 기적이라 불렸다. 대한민국이 수출한 최대 규모의 신도시 사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몇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결국 종주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백지화를 최근 선언했다. 이라크 내전으로 대부분 기업을 철수했을 때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끝내 버티지 못했다. 공사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고 공기도 8년가까이 지연된 영향이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중동 시장 붐과 맞물려 볼만한 구석이 많은 사례가 됐다.

◇신에게 버림받은 땅에서 일궈낸 100억달러 일감

이라크 정부는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National housing program'이라는 국책사업을 전면에 내걸었다. '신에게 버림받은 땅'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황무지들을 개발해 100만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짓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국책사업의 첫 단추가 바로 한화건설이 2012년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지역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총 1830만㎡ 부지에 10만가구의 주택과 생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건설>


이라크 역사상 가장 큰 신도시 개발사업이었던 만큼 규모도 상당했다. 사업비 규모만 약 80억달러에 달했다. 그해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하나만으로 삼성엔지니어링(62억달러·8건), 현대건설(60억달러·14건) 등을 제치고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해외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몇 년을 책임질 먹거리였지만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았다. 척박한 황무지밖에 없었던 사업장이었기에 베이스캠프 건설 공사에만 1년가량이 걸렸다. 자재 수급과 공기를 맞추기 위해 14개동 규모의 PC(Precast concrete) 플랜트 공장을 사업지 인근에 마련하기도 했다.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현장 임직원들은 1980년대 현대건설 철수 후 첫 이라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비스마야 신도시와 별개로 인근 주민들과도 교류하는 등 이라크 내에서 한화건설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도 매진했다.

그간의 노력덕분인지 한화건설은 2015년 4월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로부터 추가 수주에 성공한다. 비스마야 신도시와 연계된 사회기반시설(SI) 프로젝트였다. 규모는 21억달러로 이를 통해 한화건설은 이라크에서만 100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확보하는듯 보였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발목…당분간 신사업 매진

비스마야 신도시에서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한 건 2015년 말부터다. 당시 이라크 정부는 이슬람국가(IS) 무장 단체와 한창 내전을 겪고 있었다. 국방비 부담이 상당했던 만큼 한화건설로의 대금 지급이 지연됐다. 사업 자체도 지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26.4%였던 비스마야 신도시의 공정률은 2016년 29.7%로 고작 3.3%포인트 진척됐다. SI 공정률도 같은 기간 2.8%에서 7.6%로 4.8%포인트만 상승했다. 결국 비스마야는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는 원인이 됐다.

2017년 다시 기성회수가 이뤄지면서 비스마야 신도시는 활력을 띄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계속됐다. 사정이 나아지려고 하니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주택사업과 SI사업은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사업은 공정률 약 38%, SI사업은 약 26%정도에 머물러있다. 두 사업에 계상된 공사미수금만 8136억원에 달한다. 기존 2019~2020년이었던 공기를 2027년까지 연장하는 등 의지를 내비쳤던 한화건설로서도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결국 한화건설은 공시를 통해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발주처인 NIC에게 기성금과 관련해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해외사업 대부분을 비스마야에 의존했던 한화건설로서는 국내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지니게 됐다.



다만 한화건설의 이라크 진출 성공과 실패는 최근 중동 시장을 의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 많은 교훈을 주는 일이 됐다. 계약해지를 통해 수조원의 수주잔고가 사라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선수금을 통한 리스크 헷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건설은 수천억원대의 미수금에도 손실 규모는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통해 미수금을 상계하는 게 가능해서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시장에서 미수금을 받지 못해 조단위 손실을 봤던 전례를 감안할 때 귀감이 되는 대목이다.

한화건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시장을 두드리기보다 당분간 새 먹거리로 내세운 대규모 개발사업과 친환경 디벨로퍼 사업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성과가 발현되면 이후 해외로까지 저변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신도시를 제외하더라도 올해 4조 매출이 기대된다"며 "해외시장에서의 성과 없이 온전히 대규모 개발사업과 친환경 디벨로퍼 사업에서 쌓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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