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만들 가능성은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며칠 전 개최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박희운 솔루션본부장이 한 발언은 신선했다. TDF라는 상품의 활용법을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 운용업계는 ‘TDF 전쟁’을 치르고 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네 가지 상품군 중 중요도가 가장 부각될 만큼 TDF는 급격히 팽창하는 연금자금 유입을 위한 핵심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도 TDF 다양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취임 이후 공을 들이고 있는 상품 중 하나도 TDF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최초로 직접운용하는 TDF라거나 ETF 자산배분(EMP)이라는 새로운 운용전략을 도입한 TDF라는 점이 줄곧 강조됐지만 크게 신선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 TDF가 이미 EMP 전략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데다 주요 경쟁사는 앞서 TDF를 직접운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후발주자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사모 TDF로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은 획기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TDF는 그동안 가입자를 구분하는 유일한 기준이 연령군에 그쳤기 때문에 공모로 설정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다만 연령군 기준에 맞춰 은퇴시기별로만 라인업을 짜다보니 가입자 개인별 최적화가 더 이상 불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최대 성과는 연령군에 한정됐던 가입자 기준을 직업군으로 넓힌 점이다. 가입자 기준을 더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다면 개인별 최적화에 그만큼 더 유리해진다. 여기에는 이번 TDF 직접운용을 위해 자체개발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글라이드패스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별 비중을 시기별로 나타낸 그래프로 TDF 포트폴리오의 핵심 기준이 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소득에 따라 글라이드패스 형태가 달라지며 동일 직업군에서 시기별 소득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데 착안했다. 이를 통해 직업군별 소득 데이터를 글라이드패스에 대입해 사모 TDF를 각각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의사를 가입자로 받는 ‘의사TDF’는 은퇴시기에 임박해서도 주식 비중을 일반적인 TDF보다 소폭 높여 자산배분 적합성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향후 사모 TDF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비즈니스의 핵심 상품이 될 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가입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 TDF 특성상 OCIO 수탁고를 안정적으로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OCIO 비즈니스에서 공적자금보다는 민간자금에 초점을 맞출 계획을 이미 세운 상태다. 사모 TDF의 화두를 먼저 던진 만큼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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