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스팩 시장, 운용사 고유계정 투자처 주목 교보13호·IBKS21호 등 스팩 발기인 참여 활발
윤종학 기자공개 2022-11-08 08:14:02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된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기업은 108개로 이 중 스팩주는 35개다. 전체 상장 수로 보면 지난해(137개)보다 감소세가 뚜렷하지만 스팩주만 놓고보면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아직 두 달여가 남았지만 역대 최다 신규 스팩 개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이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아 주식 시장에 미리 상장한 뒤 정해둔 기간안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공모주 투심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우회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며 스팩주 신규 상장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자사펀드 외에 공모주 직접 투자 등으로 고유계정을 운용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스팩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고유계정을 활용해 스팩 설립 초기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스팩은 증권사가 VC, 자산운용사 등을 발기인으로 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후 상장 절차를 거쳐 자금을 모은다. 발기인 참여는 일종의 상장 전 투자인 셈이다.
초기 스팩 시장은 비상장 투자에 강점이 있는 VC들이 주로 발기인으로 참여했지만 최근 자산운용사들도 속속 스팩 발기인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상장한 교보13호스팩에는 파인밸류자산운용이 4% 지분율을 보유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상장 후 지분율은 0.25%로 낮아졌다. 이에 앞서 상장된 삼성스팩7호, IBKS18호스팩, IBKS19호스팩에는 각각 혁신IB자산운용, 스카이워크자산운용, 라이언자산운용 등이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상장 예정인 IBKS21호스팩에도 코어자산운용이 발기인에 포함돼 있다.
발기인은 스팩 설립 투자자로 상장 후 참여한 일반 투자자보다 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다. 스팩은 정해둔 기한 안에 합병을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매해 발생한 이자를 함께 지급하게 되는데 이 재원을 발기인들이 분담한다. 이에 더해 합병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발기인이 부담한다.
다만 리스크를 부담하는 만큼 기대수익도 크다. 통상 스팩 공모가는 2000원에 형성된다. 발기인은 상장 전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공모가의 절반인 1000원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스팩합병 이후 공모가 수준의 주가만 유지되도 100%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자산운용사들의 스팩 발기인 참여가 늘고 있는 이유로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리서치 능력이 향상된 점도 꼽힌다. 발기인은 스팩합병 대상을 발굴하는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앞서 스팩 발기인에 VC들의 참여가 많았던 이유다. 다만 최근 몇년동안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비상장투자에 강점을 지닌 하우스들이 다수 등장했고 이들의 리서치풀이 VC대비 차별성을 지니는 면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공모주, 비상장 투자에 강점을 지닌 자산운용사들이 스팩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며 "스팩 자체가 초기 투자단계의 기업보다는 프리IPO투자 단계의 기업을 주대상으로 삼는 만큼 자산운용사의 리서치분야에서 합병대상을 찾기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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