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리빌딩 점검]현대엔지니어링, 실적악화에도 현금 두둑 ‘장기전 채비'반토막 난 EBITDA, 수익성 확보 난항... 신사업 추진엔 '이상 무', 사업 '리빌딩중'
최윤신 기자공개 2022-11-17 13:14:05
[편집자주]
최대 호황이 지나고 올해 IPO 시장엔 혹한기가 찾아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프라이싱 과정에서 백기를 들었고, 이보다 많은 기업들은 도전장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러나 철회는 끝이 아니다. 최악의 증시를 피해 ‘다음 기회’를 기약한 기업들은 펀더멘털을 굳건히 하고 새로운 에쿼티 스토리를 만드는 데 한창이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있는 IPO 후보자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16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조원의 기업가치로 증시 입성을 노렸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월 ‘얼음장 증시’의 첫 희생양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기록을 남긴 직후라 충격은 더 컸다.철회를 선언한 이후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혹한기는 지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재비 증가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고, 자금 경색이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려 건설업종의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인 우량한 재무는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IPO를 통한 조달자금 없이도 계획한 성장 플랜을 가동 중이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빌딩에 돌입했다고 바라본다.
◇ 쪼그라든 이익에 밸류에이션은 더 떨어져
철회 후 10개월, 현대엔지니어링의 IPO는 조금 더 어려워졌단 평가가 나온다. 전년 대비 매출을 키웠지만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지표인 ‘수익성’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앞선 IPO 추진 당시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EV/EBITDA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감가상각비가 많다는 점과 해외 피어그룹 포함으로 회계기준 차이에서 나타나는 괴리를 보정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이 되는 EBITDA가 상장 추진 당시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상장 추진 당시 증권신고서에 적용한 2021년 1~3분기 기준 연환산 EBITDA는 4336억원이었는데, 같은 방식으로 올해의 EBITDA를 구해보면 1671억원에 그친다.
올해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저하한 영향이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선 앞서와 같은 EV/EBITDA 배수를 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몸값이 절반 아래로 책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피어그룹의 주가도 크게 하락해 적용할 수 있는 EV/EBITDA 배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피어그룹으로 꼽았던 GS건설과 대우건설의 주가는 당시 대비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말 4만원대에서 거래되던 GS건설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2만39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5000~6000원 선이던 대우건설 주가는 4810원을 기록했다. 피어그룹 회사의 이익감소세도 현대엔지니어링보다 적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재의 실적을 가지고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을 한다면 할인 전 EV가 4조원에도 미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올해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IPO를 추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이익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한다면 기존의 밸류에이션 방식을 버리고 그간 건설사의 IPO에 자주 사용된 방식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비교를 통해 기업가치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총계가 지난해 말 6조183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6조850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건설업의 주가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건설업 주가 부진으로 피어그룹의 PBR은 0.5배 수준에서 형성된 상태다.
◇ 고차방정식 '지배구조 개편', 잠재 변수
업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보유 현금은 걱정을 덜어내게 만든다. 올해 3분기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6610억원에 달한다. 2조원에 달했던 지난해 말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단 점을 고려할 때 순현금엔 큰 차이가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한 두둑한 현금은 긴축의 시기에 ‘장기전’을 치러낼 체력과 같단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에너지·환경분야 신사업의 성과를 쌓아가며 상장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폐기물소각, 차세대초소형원자로발전소(SMR) 건설사업 등에 총 6495억원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는데, 당장 수년간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추진 중인 신사업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성장 기업의 자금줄이 마른 현 상황이 신규사업의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에 나설 적기라는 평가도 있다.

신사업의 성과가 축적된다면 향후 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추진 당시 밸류에이션에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신규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 에쿼티 스토리의 설득력을 높인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설득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현대엔지니어링의 편으로 보이지만 IPO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상장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고차원 방정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유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계가 깊은 만큼 펀더먼털과 시장상황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변수가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대그룹의 오너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을 기업의 실제 펀더멘털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며 “구주매출 비중이 크면 아무리 사업전망이 밝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기가 어려운 만큼, 적정 수준의 지분율 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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