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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인적분할 '묘수'와 '꼼수' 사이 물적분할이면 손쉽게 지주사 전환 가능…정공법 피해간 지배력 상승

박기수 기자공개 2022-12-05 13:06:22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10:2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의 인적분할은 핵심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는 과정에서 주주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묘수'로 꼽히지만 실상은 오너 일가들이 자금 소요 없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는 '꼼수'로도 평가받는다. 자금 지출을 통한 지분 취득 등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 재계 흐름과는 역행하는 모양새다. 분할 후 상장되는 두 회사의 주가 향방에 따라 일부 주주들이 피해를 볼 여지도 있다.

OCI는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화학부문(△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OCI 분할은 내년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화학부문을 제외한 도시개발 사업, 자회사 관리는 존속법인인 OCI홀딩스(OCI에서 사명 변경)가 맡고, 화학부문을 품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OCI가 된다. 분할 비율은 69:31이다.

내년 초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특정 시점에 OCI홀딩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해 OCI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OCI의 지분을 매수하고 대가로 OCI홀딩스의 신주를 발행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OCI홀딩스→OCI 구조가 돼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

출처 : OCI

◇'물적분할→자회사 비상장' 약속만 하면 될 일

OCI가 지주사 전환이 목적이었다면 인적분할과 재상장, 현물출자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단순히 물적분할을 실시하면 된다. 인적분할하려는 화학부문을 단순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의 이름을 OCI홀딩스로 바꾸고 신설 분할된 사명을 OCI로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구조도 상으로는 현재 OCI가 발표한 내년 5월 이후 계획과 똑같은 그림이 된다.

다른 점은 지분율이다. 물적분할을 할 경우 OCI홀딩스가 OCI의 지분 100%를 취한다. 또 OCI는 비상장사로 남는다. OCI홀딩스는 OCI의 지분 전부를 들고 있기 때문에 OCI의 실적이 OCI홀딩스의 연결 실적으로 그대로 반영된다. OCI의 실적에 따라 OCI홀딩스의 주가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최근 불거진 물적분할 관련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분할한 자회사를 재상장하는 경우면 문제가 된다. 다만 상장하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없다.


물론 인적분할을 택한 OCI는 이런 논란을 '당장에는' 피할 수 있다. 인적분할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핵심사업을 가져갈 OCI의 지분율을 OCI홀딩스의 지분율만큼 그대로 부여받기 때문이다.

다만 분할 뒤 현물출자가 이뤄진 후 '지주사(모회사)-자회사 더블카운팅' 문제는 피해 갈 수 없을 전망이다. OCI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동시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중복 적용 문제를 스스로 야기하는 꼴이다.

일부 주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뚜렷한 패턴으로 자리 잡은 '지주사 할인'이 주된 근거다. 두 회사의 주가 등락 정도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은 피해를 입을 여지도 있다.

◇자금 소요 없이 지배력 늘리는 OCI 오너들

인적분할과 현물출자식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OCI홀딩스는 OCI의 지분율을 30%만 보유하면 된다. OCI 입장에서는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만 보유하면 된다는 규정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시나리오와 비교해 가장 달라질 점은 오너→OCI홀딩스의 지분율이다. 이 점이 OCI가 인적분할을 택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물적분할을 단행할 경우 단순히 사업 부문이 자회사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너의 지배력에는 변함이 없다.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OCI 지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22.24%다.


OCI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너→OCI홀딩스의 지분율이 상당 부분 증가할 전망이다. 인적분할 이후 OCI홀딩스의 현물출자 유상증자 과정에서 오너 일가들은 대부분 전량 참여해 OCI 주식을 OCI홀딩스 주식으로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지배력 상승을 위해서다. 일반 주주들은 핵심 사업회사 OCI를 두고 비주류가 될 OCI홀딩스의 지분을 취득을 유인이 크지 않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오너들의 OCI홀딩스 지배력 상승 정도가 높아진다.

다시 말해 현 시나리오대로라면 오너들은 지분 매입 등 자금 소요 없이도 지배구조 개편만을 통해 OCI홀딩스의 지배력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OCI가 사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했다면 물적분할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다"라면서 "인적분할을 단행한 이유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주사의 지분율을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정공법' 사례…역행하는 OCI

지배력 확대를 위해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 곳도 많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이다. 업계는 2세 김승연 회장에서 3세 김동관 부회장으로의 승계 과정에서 회사 합병 등을 통한 지배력 상승을 꾀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김동관 부회장은 개인 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주사 격 회사인 ㈜한화의 지분을 매입하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국내 대표 제지업체를 품고 있는 한솔그룹 역시 오너 조동길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지분 취득으로 홀딩스의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솔홀딩스는 오너의 낮은 지배력으로 소액주주들의 쉬운 공격 대상이 됐던 바 있다. 2010년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오너 지배력은 올해 3분기 말 32.52%까지 높아진 상태다.

모회사-자회사의 동시 상장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자회사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고 두 회사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회사 한 곳만을 상장하고 모든 자회사들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모회사-자회사 주주들 간 이해상충 여지를 줄이고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선진형 지배구조를 따르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OCI 입장에서 어떤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정 주주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분할비율 설정 등 이미 최대주주들이 손쉽게 지배력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화 돼있는 것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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