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18: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는 겉보기엔 유동성 곳간이 넉넉한 기업이다. 최근 5년간 현금성자산으로만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건설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도 2대주주로서 적극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황과 영업수익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실탄은 영업·투자자산 등 매각으로 인한 일시적 결과물이다. 특히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사채·차입금이 2조원을 넘기는 만큼 조달 관련 자구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르려면 본업 수익성을 다시 되찾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호텔롯데는 올해 9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유동성자산)이 1조2883억원이다. 지난해 말(1조1931억900만원)보다 8%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097억9700만원, 단기금융상품 980억원, 단기금융자산 4805억6600만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밖에 아직 담보로 제공되지 않은 유형자산은 5조8698억원으로 집계된다. 추가자금 조달 시 활용 가능한 시장성 및 비시장성주식도 1조1763억원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호텔롯데는 지난달 하순 롯데건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건설이 원래 증자하려던 기존 계획은 2000억원 규모였지만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1800억원으로 줄였다.

이 중 호텔롯데는 2대주주로 롯데건설 지분 43.07%(1385만8158주)를 보유함에 따라 전체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861억3590만원(71만7859주)을 부담하게 됐다. 롯데케미칼(72만9874주) 다음으로 큰 규모다. 두 회사를 합하면 144만7733주로 전체 유상증자의 대부분(97.4609%)을 이 회사들이 부담하게 됐다. 호텔롯데가 앞서 참여한 롯데자산개발, 롯데손해보험 등 유상증자와 견줘도 가장 큰 금액의 계열사 수혈이다.


하지만 실탄이 많다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호텔롯데 순차입금은 4조8652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40%다. 이 중 단기차입금의존도는 15%로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상황이다.

현재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호텔롯데의 사채 및 차입금은 2조1145억원이다. 2년치 현금성자산을 모두 털어야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호텔롯데 관계자는 "채무증권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면서 "사채와 차입금 상환일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구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실탄 출처도 문제다. 영업수익보단 살림살이를 팔아 남겼다. 호텔롯데는 호텔·면세점 부진에 누적 적자가 9000억원을 넘기면서 꾸준히 자산매각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엔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과 롯데푸드 주식을 1081억원에 롯데지주에 매각했다.

지난해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몰 부동산 소유권 중 일부를 롯데물산에 5542억원에 넘겼다. 올해 들어선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를 지배하는 코랄리스 지분을 롯데물산에, 베트남 소재 부동산 개발사 HCMC 법인 지분을 롯데건설에 매각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9월 말 기준 영업손실 338억원이 발생했지만 당기순이익 376억원이 발생하는 등 재무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본업 수익성을 높여 현금 창출력까지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