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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G화학의 노림수 '밸류체인 완성'배터리와 플라스틱 '원자재 및 재활용 업체'에 잇단 투자, 수직계열화 속도

양도웅 기자공개 2022-12-21 07:31:5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4: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에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매매 차익 실현에서부터 신사업 진출과 기존 사업 강화 등 다양하다. 그럼 연간 신규 출자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LG화학의 투자 목적은 무엇일까. 물론 71건에 달하는 투자가 모두 동일한 목적 아래 실행됐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투자한 곳의 면면을 살펴보면 회사가 노리는 바가 드러난다. 바로 '밸류체인 완성'이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 부문에서도, 회사의 현재를 책임지는 플라스틱 부문에서도 밸류체인 구축에 여념이 없다. 배터리나 플라스틱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제품과 관련한 산업 자체를 점유하겠다는 게 LG화학의 목표로 해석된다.

◇올해 신규출자액 90%, 배터리 원자재·재활용 업체에 투자

먼저 배터리 밸류체인을 단순화하면 '핵심 원자재 및 소재 확보→생산 및 판매→폐배터리 활용'이다. 선순환 체계 구축이라고 바꿔 이해해도 무방하다. 배터리 생산 및 판매 부문을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모두 양도한 LG화학이 집중하는 곳은 전후 단계인 핵심 원자재 및 소재 확보와 폐배터리 활용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올해 △나스닥 상장사인 리사이클 △일본 도레이와 분리막 생산 합작법인 △중국의 천제리튬 △켐코와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에 총 7268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신규 출자 7975억원 가운데 90%가 쓰인 것으로, LG화학이 배터리 밸류체인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한 의지가 엿보인다.

(참고=LG화학 사업보고서)

분리막과 리튬, 전구체 모두 배터리 핵심 원자재이자 소재다.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수록 해당 원자재 및 소재의 수요도 증가한다. 도레이와 합작법인, 천제리튬, 켐코와 합작법인 등에 대한 투자는 원자재 및 소재를 원활하게 공급받는 데 이로울 전망이다. 2021년 401억원을 투자한 중국의 동박 제조사인 더푸(Defu)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사이클은 폐배터리에서 니켈을 추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리사이클로부터 재활용 니켈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니켈은 배터리 핵심 원자재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며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부담을 안기는 점을 고려하면, 리사이클 투자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확보에 집중 '2년간 116억원 출자'

플라스틱 밸류체인도 배터리 밸류체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크게 '핵심 원자재 및 소재 확보→생산 및 판매→폐플라스틱 활용'이다. LG화학 입장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생산 및 판매는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하지만, 플라스틱 밸류체인에선 LG화학이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에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한 곳은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업체인 이너보틀, 폐플라스틱에서 탄화수소를 추출하는 영국의 무라테크놀로지다. 각각 21억, 81억원을 출자했다. 이 중 무라테크놀로지와 함께 2024년까지 충남 당진에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참고=LG화학 사업보고서)

열분해유는 비닐 봉지 등 사용한 플라스틱에서 추출하는 재생 연료다.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때 초임계 수증기가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 활용된다.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무라테크놀로지가 보유하고 있다.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올해는 영국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인 르벤타스에 14억원을 출자했다. 플라스틱 밸류체인에서 재활용 단계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는 건 원자재와 소재 확보, 제조 과정에선 LG화학이 오랫동안 실력을 축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납사와 EDC 등 원자재 부문은 GS칼텍스와 미쓰이 등 기존 매입처의 시장 지위가 공고해 LG화학 자체 밸류체인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체인 구축 기대효과 3가지

밸류체인 완성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제공한다. 전 세계적인 ESG 열풍으로 LG화학을 포함한 많은 석유화학 기업이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폐배터리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진출, 이로 인한 선순환 생태계 구축은 이러한 요구에 정확히 부응한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친환경 기업에 투자를 늘리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주가) 향상에도 이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배터리 제조 사업 부문을 떼낸 뒤 떨어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다행히 올해 밸류체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본격화한 이후 47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고금리에도 60만원을 상회하며 회복하는 모습이다.

(참고=LG화학 사업보고서)

밸류체인 완성으로 사업 효율성이 높아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시장 관계자는 "매입·매출처를 내재화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면 원자재와 소재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협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올해 3분기 누계기준 LG화학의 영업이익률은 7.4%다. 전년동기 13.5%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사업 확장기, 그리고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밸류체인 구축 전략이 회사의 수익성을 실질적으로 안정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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